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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조기대선을 19일 앞둔 15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호남 전역을 종일 누비며 유세에 나섰다. 전남 광양·여수·순천·목포를 차례로 돌며 장대비 속에서도 국민통합과 민주주의 회복을 거듭 강조했다. 동시에 민주당의 '심장'이자 전략적 기반인 호남 민심을 다시 끌어올리기 위한 절박한 호소도 숨기지 않았다.
호남 찾아서도 통합·민주주의 외쳐… "작은 힘조차 모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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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까지 경남·대구 등 영남권을 공략했던 이 후보는 이날 오전 경남 하동 화개장터에서 일정을 시작했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 지점인 이곳에서 열린 '동서화합 간담회'는 이 후보의 행보가 국민 통합을 향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간담회에는 광주 출신 30대 문유성씨와 대구 출신 20대 김다니엘씨가 함께해 통합의 의미를 더했다. 이 후보는 "어디서 태어났느니 어떤 말투를 쓰느니를 두고 왜 서로 구분하고 적대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이제 (분열과 갈등을) 끝내야하지 않겠냐"고 호소했다.
'통합'의 메시지는 민주당의 본거지인 호남을 찾아서도 이어졌다. 순천 연향동 유세에서 그는 "남북이 갈라져 싸우는 것도 그런데, 동서가 갈라져 싸우는 것도 그런데, 이제는 젊은이와 나이든 사람을 가르고 남녀를 갈라 싸우고 대체 이게 뭐하는 것입니까"라며 "이제는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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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행보에 힘을 싣듯 이날 국민의힘을 탈당한 김상욱 무소속 의원이 이 후보 지지를 선언한 데 대해서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후보는 "김상욱 의원의 지지에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김 의원이 우리 당에 입당해 함께 했으면 좋겠다. 지금 한번 전화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그게 국민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회복과 '국민주권'을 강조하며 지지층의 결집을 당부하기도 했다. 12·3 불법계엄으로 촉발된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민주주의를 제시하며 호남 민심의 압도적 결집을 호소한 것으로 해석된다.여수 이순신 광장에서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주인은 바로 국민이다. 80년 5월 광주의 역사적 경험이 있어 지난해 12월3일의 내란도, 계엄도 이겨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라가 어지러우니 우리가 작은 힘조차도 모아야 한다"며 "머슴들이 입은 옷 색깔로 왜 주인들이 싸워야 하나"라고 되물었다.
순천 유세에서는 국민통합과 민주주의의 정신을 담은 차기 정부의 명칭을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최초의 민주정부는 '국민의 정부(김대중 정부)'였고, 그 다음은 '참여정부(노무현 정부)'였다"며 "그리고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잠깐 예상과 다르게 했던 김영삼 정부는 '문민정부'라고 한다. 각각 역할을 충분히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음 정부의 상징은 '국민주권'이라고 생각한다"며 "'국민주권정부'"라고 공언했다. 차기 정부의 과제가 '통합'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통합의 정부, 다음 정부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가 국민주권주의를 관철하되 국민을 통합하는 정부여야 한다"고 했다.
재생에너지·햇빛연금 내세운 이재명… "이순신의 각오로 새로운 나라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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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통합과 민주주의를 이야기하는 동시에 호남 민심 확보를 위해 경제적 비전을 구체적인 정책으로 풀어내기도 했다. 광양과 순천, 목포 유세에서는 전력요금 거리비례제와 재생에너지 산업 등 지역균형 발전 구상을 내놨다. 그는 "배추도 생산지는 싸고 도시에 가면 수송비를 감안해 비싸지지 않느냐"며 "생산한 곳에서는 생산에 따른 피해가 있다. 원전 근처는 불안하고 화력발전소 근처도 불안하며 공기가 오염된다"고 지적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하면 이제는 생산지와 소비지, 송전비용 등을 반영해 전기요금을 차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기요금 차등제를 시행하면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역으로 자연스럽게 몰릴 수밖에 없다며 "호남을 재생에너지 중심 산업으로 대대적으로 개편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수국가산단과 포스코 광양제철소가 위치한 대규모 중공업 단지가 포진한 지역인 만큼 이 후보는 '햇빛연금'이라는 소득 모델도 제시했다. 그는 "신안군은 태양광 발전소 지분 30%를 주민에게 배분해 연간 150만~250만원의 수익을 보장하고 있다"며 "이제는 전국으로 확산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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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장대비가 쏟아지는 궂은 날씨에도 유세 현장을 찾은 호남 지역 주민들에게 한껏 몸을 낮췄다. 최근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기대에 못 미친다는 여론 조사가 나오자 이를 의식한 듯 겸손한 자세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비가 너무 많이 온다. 저는 비를 안 맞아서 너무 죄송하다"며 "이 우중(雨中)에도 함께해주신 이 절박함과 간절함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이어 지난달 치러진 담양군수 보궐선거 패배를 직접 언급하며 "당 지지율이 크게 앞서 있었는데도 민주당에 한 번 경고를 줘야 한다며 약을 준 것"이라며 "그 약이 아주 썼다. 그게 호남 국민들의 위대함이라고 생각한다"고 다시 한 번 자세를 낮췄다.
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호남 지역 득표율을 90%로 설정하며 강한 결집을 기대하고 있지만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이 후보의 광주·전라권 지지율은 78%에 그쳤다. 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기록한 호남 득표율 84.6%보다 낮은 수치다.
이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백성과 함께한 이순신 장군의 리더십을 언급하며 민심에 기대어 나라를 바로 세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그는 "이순신 장군과 함께한 우리 백성들이 피를 흘려가며 조선을 구해냈다"며 "물길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물살이 어디가 센지 백성의 이야기를 듣고 백성의 간절함을 죽음의 각오로 받아들여 조선을 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죽음의 위기에 처한 저 이재명을 여러분이 살렸으니, 이 삶은 덤이라 생각하고 이순신의 각오로 새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민심에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