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학 회장이 자체 브랜드를 키우고자 인수한 스위스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스캇이 지난해 영업손실 2123억원을 내며 영원무역그룹 전체의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사진=스캇노스아시아

잘 나가는 영원무역그룹에도 아픈 손가락이 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글로벌 스포츠·아웃도어 의류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지만 자체 브랜드 사업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때 기업의 근간이었던 스키웨어 브랜드 '골드윈'은 스키 업황이 하락하며 결국 철수했고, 미래 성장 동력으로 낙점했던 프리미엄 자전거 브랜드 '스캇'은 계속되는 적자에서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영원무역그룹은 1992년 론칭했던 스키 브랜드 골드윈 사업을 올해 1월1일부로 중단했다. 국내 스키웨어 시장의 장기적인 하락세로 수년간 매장 축소를 거듭해 온 골드윈은 결국 30여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뼈아픈 것은 스캇의 성적표다. 영원무역그룹은 타사의 제품을 판매하며 성장했지만 성기학 회장의 자체 브랜드 육성에 대한 갈망으로 2013년 스위스 자전거 제조사 스캇 인수를 결정했다. 2013년 20%의 지분을 확보한 데 이어 2015년에는 30.01%를 추가 인수하며 1500억원을 투자해 최대 주주로 올라섰다.

2017년까지 적자였던 스캇은 영원무역그룹의 품에 안긴 후 조금씩 실적이 개선되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전거 수요가 증가하자 2022년 매출 1조3975억원, 영업이익 1765억원을 올리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엔데믹 이후 글로벌 자전거 시장이 빠르게 위축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2023년 매출 1조2424억원, 영업이익 587억원으로 내리막길을 걷더니 지난해 매출 9537억원, 영업손실 2123억원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판매 부진으로 스캇의 재고 자산도 크게 불어나면서 최대 40%에 달하는 할인 판매에도 재고 소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캇의 저조한 실적은 고스란히 영원무역그룹 전체의 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지난해 영원무역홀딩스는 연결기준 매출 4조5178억원, 영업이익 5170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1%, 40.8% 감소한 수치다. 올해 1분기에는 OEM 사업의 선전과 스캇의 손실 개선으로 매출 1조57억원, 영업이익 132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7%, 12.4% 증가했다.


영원무역은 스캇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자금을 투입하고 채무 보증을 서는 등 다각적인 지원을 이어가고 있지만 뚜렷한 효과는 아직 미미한 상황이다. 지금까지 영원무역이 스캇에 선 채무보증 잔액은 3645억원에 이른다. 스캇의 부채는 팬데믹 시기 5000억~6000억원대에서 지난해 9026억원으로 증가했고 부채비율은 224.5%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