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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 가상자산(코인) 관련 공약이 본격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나란히 가상자산 제도화, 투자자 보호, 세제 지원책을 전면에 내세우며 1000만명에 달하는 코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정조준하고 있다.
25일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따르면 2023년 하반기 기준 국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07조7000억원으로 불과 6개월 만에 91% 급증했다. 원화 예치금은 10조7000억원,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7조3000억원에 달했다. 실명 확인(KYC) 완료 투자자는 970만명, 이 중 1000만원 이상을 보유한 '중액 이상' 투자자 비중도 12%까지 늘었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핵심 공약 중 하나는 가상자산 현물 ETF(상장지수펀드) 도입이다. 양당 모두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의 국내 상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현물 ETF는 비트코인 등 실제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만들어지는 투자 상품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하고 그 가격을 그대로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다. 투자자는 증권계좌만 있으면 주식처럼 ETF를 사고팔 수 있기 때문에 별도의 가상자산 지갑이나 거래소 계정 없이도 간편하게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
현물 ETF 논의는 2024년 미국 증시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가 처음 승인되며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화됐다. 이전까지는 선물 ETF만 허용됐으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10년 만에 현물 ETF를 허용하면서 기관과 개인 투자자 모두 증권계좌로 비트코인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후 한국에서도 도입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으나 금융당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은 ETF의 기초자산으로 인정되지 않아 자산운용사가 현물 ETF를 발행·상장·중개할 수 없다. 대선 후 출범할 새 정부에서 금융사가 실제로 가상자산 보유가 가능해지면 제도권 내 투자 활성화가 기대된다.
현물 ETF 도입 정책은 같은 방향 안에서도 두 후보의 정책 목표와 실행 방식은 온도차를 보인다. 이 후보는 이를 청년층 자산 형성 지원의 일환으로 제시했다. 통합감시시스템 구축, 거래 수수료 인하 유도 등을 통해 안전한 투자 환경과 투자자 보호를 강조한다. 반면 김 후보는 국민연금, 한국투자공사 등 공공기관의 가상자산 투자까지 허용하겠다는 보다 전방위적 제도화 구상을 내놨다. 이를 통해 기관 투자 유입과 시장 안정성 제고를 도모하겠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서는 현물 ETF를 대선 후보 대부분이 공약에 포함시킨 만큼 해당 정책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있다. 윤승식 타이거리서치 선임 연구원은 "가상자산 현물 ETF는 이재명, 김문수, 이준석 등 모든 주요 후보가 공약으로 제시해 가장 빠른 정책 실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주목되는 공약은 '1거래소 1은행' 제도 폐지다. 현행 제도는 거래소가 단일 은행과만 실명계좌를 연동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어 시장 진입 장벽과 사용자 불편이 지적돼 왔다. 김 후보는 이를 폐지해 복수 은행과의 연동을 허용하겠다고 밝혔고 이 후보 역시 폐지 검토 입장을 내놓으며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자금세탁 및 보안 우려로 제도 개편에 신중한 입장이다.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법제화에도 공감대가 형성됐다. 민주당은 디지털자산위원회 출범을, 국민의힘은 디지털자산육성기본법 제정을 각각 공약하며 NFT(대체불가토큰)·STO(토큰증권) 등도 포괄하는 제도 정비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여기에 원화담보 기반 스테이블코인 인가 추진도 검토 중이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이 가상자산 관련 공약을 쏟아내는 이유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 규모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30대는 물론 40·50대까지 확대된 '코인 유권자층'을 겨냥한 공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번 대선은 코인 표심이 승부를 가를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대선 후보마다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시장 육성과 제도화라는 공통된 방향성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과거에도 선거철마다 반복된 공약들이 실현되지 않았던 만큼 이번에도 1000만명에 달하는 투자자 표심을 의식한 전략적 제스처에 그치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입법 로드맵과 과세체계 정비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