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뉴스1) 서장원 기자 = 시즌 초반 부진으로 방출설이 돌던 선수가 이제는 홈런왕을 노리는 거포가 됐다. 미운오리새끼에서 복덩이로 변신한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 이야기다.
디아즈는 지난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홈 경기에 4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1홈런) 2타점 1득점으로 팀의 7-3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날 디아즈는 팀이 5-1로 앞선 7회말 1사 1루에서 타석에 선 디아즈는 바뀐 투수 김진욱의 3구째 커브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06m 홈런을 날렸다.
지난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멀티 홈런을 친 디아즈는 2경기 연속 아치를 그리며 뜨거운 장타력을 이어갔다.
아울러 이 홈런으로 시즌 21홈런을 기록, 홈런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시즌 초반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디아즈는 3월 한 달간 8경기에서 타율 0.226으로 부진했다. 키움 히어로즈와 개막 2연전에서 멀티 홈런 포함 5안타를 때려냈지만 이후 방망이가 차갑게 식었다.
4월 초까지 1할대 타율에 허덕이면서 교체설이 흘러나오던 디아즈는 4월 19일 박진만 감독과 면담 이후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됐다.

유인구에 배트가 많이 나왔던 시즌 초반과 달리 이제는 나쁜 공에 스윙하지 않으면서 삼진 비율이 많이 줄었다.
대신 장타력이 물올랐다. 3월 홈런 2개에 그친 디아즈는 4월 9개의 홈런을 때려내며 반등에 성공했고, 5월에도 기세를 이어 27일까지 홈런 10개를 추가했다. 54경기 만에 21홈런을 날리며 무시무시한 괴력을 발산 중이다.
박진만 감독은 "초반에 부침이 있었지만 잘 극복하고 중심 타선에서 큰 역할을 해주고 있다. 팀이 힘든 와중에도 5할 승률을 이어가는 건 타선에서 디아즈의 활약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7일 만난 디아즈는 "타격 타이밍에 신경을 쓰고 있다. (존에 들어오는 공을 치기 위해) 일관성 있는 스윙을 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다"며 "감독님께서도 장타 안 치고 볼넷 골라도 괜찮다고 말씀해 주셔서 심적으로 편해졌다"고 달라진 비결을 소개했다.
이어 "시즌 초에는 타석에서 많이 급했다. 공이 눈에 보이면 그냥 치려고 달려들었다. 그런데 감독님과 면담 후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만 치자는 생각으로 공략법을 바꿨고, 성적도 잘 나오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진영 삼성 타격 코치는 "지난 시즌 중반에 들어와 시행착오를 겪었다면, 이제는 완전히 KBO리그에 적응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외적으로도 올해 가족이 한국에 들어오다 보니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생긴 것도 경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디아즈가 지금의 홈런 페이스를 꾸준히 유지한다면, 홈런왕을 넘어 2015년 박병호(53홈런) 이후 10년 만에 50홈런 타자의 탄생을 기대해 볼 만하다.
디아즈는 "물론 홈런왕이 되면 좋다. 그렇지만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팀이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하는 데 보탬이 되는 것이다. 우승하고 나서 성적을 보면서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 팬들은 복덩이로 거듭난 디아즈의 여권을 압수하라며 애정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해 디아즈는 "항상 팬분들이 여권 어디 있냐고 물어보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 "나도 한국과 대구가 너무 좋다. 진심으로 잔류를 바란다면 계속 이 팀에 있겠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