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절박한 팀과 감독이 손을 맞잡았다. 지금 반전을 도모하지 못하면 팀도 지도자도 '내일'을 기약할 수 없다. 같이 가라앉을 수도 있고 함께 솟구칠 수도 있다. 위기이자 기회. 대구FC와 김병수 감독의 동행은 성공할 수 있을까.
대구FC은 27일 구단의 제15대 사령탑으로 김병수 감독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박창현 전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약 한 달 만의 결정이다.
개막 후 2연승과 함께 2승1무로 기분 좋게 출발한 대구는 이후 7연패로 급격히 추락했다. 부랴부랴 서동원 수석코치 대행 체제로 전환했으나 반등은 쉽지 않았고 결국 16경기를 치른 현재 3승2무11패(승점 11)로 최하위인 12위에 머물고 있다.
선두권과는 벌써 20점 가량 벌어졌고 어지간한 팀들도 대구보단 10점 이상 앞선다. 함께 부진한 수원FC(승점 15/11위), 제주FC(승점 16/10위)와의 격차가 그나마 많지 않다는 것이 위안이지만 두 팀은 조금씩 경기력이 회복되고 있다. 대구는 최근 또 3연패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기 전에 분위기를 바꿔야하는 대구가 택한 카드는 김병수 감독이었다. 묘한 오버랩, 2년 전 이맘때와 아주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2023년 5월, 당시 K리그1에 있던 수원삼성은 "구단의 8대 감독으로 김병수 사령탑을 선임했다.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할 적임자"라고 알렸다. 개막 후 10경기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한(2무8패) 상황에서 택한 소방수였고, 2021시즌 강원FC를 이끌다 강등 위기에서 물러난 김병수 감독은 2년 만에 현장으로 돌아왔다.
결말은 불행했다. '그래도 수원이…'라는 이야기가 나왔으나 설마는 현실이 됐다. 날개 없는 추락을 막지 못한 김 감독은 시즌조차 채우지 못한 채 그해 9월 지휘봉을 내려놓았고, 수원은 염기훈 대행 체제로 마지막 안간힘을 썼으나 2부로 강등됐다. 그 쓰라림을 잊지 못할 김 감독이 다시 2년 만에 비슷한 처지의 대구 지휘봉을 잡았다.
1, 2부리그를 통틀어 26개 밖에 되지 않는 프로팀 지휘봉을 잡는다는 것은 지도자에게 큰 영광이다. 하지만 소위 '파리 목숨' '모기 목숨'에 비유될 정도로 결과가 좋지 않으면 가차 없이 쫓겨나는 서글픈 삶이기도 하다. 소개했듯 김 감독은 직접 경험했다.
그렇기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은 팀을 시즌 중 맡는다는 것은 상당한 부담일텐데 다시 '독이 든 잔'을 잡았다. K4리그 연천FC 총감독으로 지내던 김 감독 입장에서는 마지막 도전 같은 결정이었다. 지난 시즌보다도 흐름이 더 나쁜 대구FC도 선택의 갈래는 많지 않았을 공산이 크다.
한 축구 관계자는 "미끄러지는 팀은 그 어떤 지도자가 와도 분위기 바꾸기가 쉽지 않다. 수원삼성, 전북현대 같은 강호들도 추락할 때는 걷잡을 수 없는데 대구는 현실적으로 더 어렵다"면서 "아마 마땅한 적임자 찾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대구도, 김병수 감독도 서로 절박한 심정으로 손을 잡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4시즌 대구FC는 기사회생한 팀이다. 인천(승점 39) 덕분에 최하위를 면해 다이렉트 강등을 피한 대구는 충남아산과의 승강PO 1차전을 패한 뒤 홈에서 극적으로 승리해 어렵사리 잔류했다. 올해 또 짜릿한 드라마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김병수 감독도 배수진이다. 어느덧 50대 중반을 바라보는 감독이 다시 '강등' 혹은 '중도 경질'이 이력서에 적히면 다음을 보장 받기 어렵다. '병수볼'이라는 표현이 붙었을 정도로 자신의 색깔이 확실한 지도자이지만 지금은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
김 감독은 구단의 선임 발표가 난 27일 대구가 전북에 0-4로 참패하던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상황에서 시작하는 대구와 김병수 감독의 동행. 그들의 절박함은 어떤 결말을 가져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