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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의 관세 협상을 진행 중인 일본이 미국산 방위 장비 구매를 협상 카드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안보와 통상은 별개'라는 원칙에서 다소 유연해진 태도로 해석된다.
29일 NHK 등 일본 다수 매체에 따르면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재생상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총리와 면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방위 장비 구매는 미국의 무역흑자 확대에 기여할 수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협상 고려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는 타국과의 거래를 통해 사고방식을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관세나 통상 협상과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고 덧붙이며 기존 정부 입장을 반복했지만 이번 발언은 그동안 방위 장비 구매를 협상 대상에서 제외해 온 일본 정부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마이니치신문은 복수의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에서 미국산 무기 구매가 관세 협상의 새로운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 이시바 총리와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제47대 대통령임을 반영해 명명한 차세대 전투기 F-47을 비롯한 미국산 전투기를 직접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적자 해소 요구에 대한 뚜렷한 대응책이 없어 이를 타개할 방안으로 무기 구매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지금까지 세 차례의 장관급 협상에서 자동차, 철강,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 철회를 강하게 요구했으나 미국은 강경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현재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는 약 685억달러(약 94조56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최신예 전투기 구매가 협상 카드로 활용될 경우 일본 내에서 반발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무성 관계자는 마이니치신문에 "경제와 안보는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방위 장비가 관세 협상의 거래 대상으로 포함돼선 안 된다"며 "앞으로도 안보 분야는 관세와 구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본은 2019년 미일 무역협정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 간 합의로 F-35 전투기 105기를 구매하기로 했으나 납품 지연 등으로 실효성에 대한 불만이 방위성 내부에 여전히 남아 있다.
이번에 거론된 F-47 전투기는 올해 미국에서 개발이 시작된 차세대 기종이다. 해당 기종은 2030년대 배치가 예상되지만 완성 시점이 불확실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또 일본은 현재 영국·이탈리아와 함께 차세대 전투기 공동 개발을 추진 중이며 2035년 실전 배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산 전투기를 추가 도입할 경우 일본의 중장기 전력 운용 계획에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카자와 경제재생상은 오는 30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등과 제4차 미일 각료급 관세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