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리그 탈락한 뒤 눈물 흘리는 22세의 손흥민. 2014.6.27/뉴스1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울보'였던 막내 손흥민(33)이 이제는 대표팀 최고참으로 네 번째이자 사실상 마지막 월드컵에 나선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6일(한국시간) 이라크 바스라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9차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은 5승4무로 승점 19점을 기록,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월드컵 본선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한국 축구는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이뤘다. 그리고 손흥민도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이정표를 세웠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이자 간판인 손흥민은 내년 열릴 본선 최종 엔트리 승선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개인 역대 4번째 월드컵에 출전하게 됐다. 이는 홍명보(1990·1994·1998·2002), 황선홍(1990·1994·1998·2002), 이운재(1994·2002·2006·2010)에 이어 한국 축구 역대 4번째 대기록이다.

11년 전 알제리를 상대로 자신의 월드컵 1호골을 터뜨리는 손흥민. 2014.6.23/뉴스1

손흥민의 월드컵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2014 브라질 대회였다.


당시 22세던 손흥민은 바이어 레버쿠젠(독일)에서 뛰던 '유망주 레벨' 선수였다. 하지만 본선 무대에서 과감한 플레이를 선보였고, 조별리그 2차전 알제리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월드컵 첫 골을 기록하며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당시 대표팀은 조별리그 1무2패로 부진, 허탈하게 탈락했다. 첫 월드컵을 마친 손흥민은 최종전 벨기에전을 마친 뒤 그 자리에 쓰러져 오열했다.

2018 러시아 대회에서 '카잔의 기적'을 만드는 손흥민 2018.6.2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두 번째 월드컵은 2018 러시아 대회였는데, 토트넘 홋스퍼(잉글랜드)에서 뛰는 빅리그 스타로 조명 받으며 출전했다.

손흥민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서 환상적인 감아차기 슈팅으로 두 대회 연속 득점을 기록했고, 독일과의 조별리그 3차전에선 '카잔의 기적'을 완성하는 쐐기골까지 터뜨리면서 '한 대회 2골'을 작성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손흥민의 커리어 최정점에서 치른 대회였다.

그는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아시아 선수 최초로 득점왕을 차지했던 자신감을 앞세워 맹활약을 펼쳤다. 비록 골은 없었지만 조별리그 3차 포르투갈전에서 환상적 어시스트로 한국이 원정 대회에서 12년 만에 16강에 진출하는 데 기여했다.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확정한 뒤 기뻐하는 손흥민 2022.12.3/뉴스1 ⓒ News1 이광호 기자

'막내'이자 '울보'였던 손흥민은 3번의 월드컵을 거치면서 대표팀 최고참이자 늠름한 리더로 변모했다.

이라크·쿠웨이트 2연전을 위해 소집된 홍명보호 26인 엔트리 기준, 손흥민은 이재성(마인츠), 문선민(서울)과 함께 필드 플레이어 중 최고참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쿠웨이트와의 최종전에 나서면 A매치 134경기를 기록하게 되는 손흥민은 136경기의 차범근·홍명보를 넘어 한국 축구 역사상 최다 A매치 출전이라는 대기록도 유력하다.

손흥민은 여러 차례 부상에 시달리고 컨디션 난조 등이 겹쳐, 냉정히 말하면 전성기는 지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이라크와의 경기를 앞둔 축구대표팀 손흥민이 3일(현지시간) 이라크 바스라 알 파이하 스타디움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6.4/뉴스1

하지만 손흥민은 손흥민이다.

결정적 순간 감아차기 한 방, 직선적이고 과감한 측면 드리블 돌파, 박스 안에서의 노련한 마무리 등은 2026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에 꼭 필요한 무기다.

십년 넘게 유럽 빅리그에서 존재감을 보이고 있으며 큰 대회를 치른 경험, 국가대표팀에 임하는 한결같은 자부심 등 보이지 않는 능력들도 큰 힘이 된다.

월드컵서 통산 3골을 기록 중인 손흥민은 이제 한국 축구에서 누구도 하지 못했던 '월드컵 4호골'을 노린다.

막내의 눈물로 시작해 34세 '베테랑'이 된 손흥민의 마지막 도전이 이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