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축구가 또 월드컵 진출에 실패했다. 본선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었는데도 꿈을 이루지 못했다.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어떤 분야든 어지간하면 자신들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는 중국이 갖은 애를 써도 뜻을 이루지 못하는 게 바로 축구다.

스포츠와 담 쌓고 지내는 국가도 아니다. 대부분의 종목은 모두 정상 레벨에 올라있는 스포츠 강국이다. 심지어 축구는 정부 차원에서 팍팍 밀어주는 종목이다. 시진핑 주석은 ‘축구 굴기’라는 기치까지 세우면서 물심양면 지원했다.


어디 시진핑 뿐이랴. 자국 축구대표팀이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오르는 것은 14억 중국인들의 공통된 소망 중 하나다. 그런데 꿈이 또 무산됐다. 그 어느 때보다 큰 기대감으로 출발했으나 사상 최악의 결말에 이르렀으니 대륙이 꺼질듯 한숨이 나오고 있다.

중국 축구대표팀은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 스타디움에서 열린 인도네시아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아시아 3차 예선 C조 9차전에서 0-1로 졌다.

FIFA 랭킹 123위인 인도네시아의 수비를 좀처럼 뚫어내지 못한 중국은 페널티킥으로 내준 실점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하며 충격패를 당했다. 예선 9경기 전적 2승7패(승점 6)가 된 중국은 C조 최하위인 6위로 추락했고 동시에 본선 진출 실패가 확정됐다.


월드컵 본선에 직행할 수 있던 조 1·2위는 일찌감치 무산됐고 4차 예선으로 이동해 다음을 도모할 수 있는 조 3·4위 진입마저 실패했다. 당시 인도네시아를 잡았어도 자력 4위 진입은 불가능했는데, 작은 불씨마저 꺼뜨렸다.

지금껏 중국이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은 것은 한국과 일본이 개최국 자격으로 예선에 참가하지 않은 2002 한일월드컵 뿐이다. 참 어렵다.


중국 국민들이 열과 성을 다해 응원하고 있지만 월드컵 진출이라는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예 조 꼴찌로 끝날 판이다.

2026년 북중미 대회는 중국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FIFA가 본선 참가국 수를 대폭 늘린 까닭이다.

'본선 48개국(기존 32개국) 시대'가 열리며 아시아에 할당된 티켓이 8.5장(기존 4.5장)으로 크게 늘었고 패자부활전 같은 장치도 마련됐기에 '이번에는 반드시'라는 기대감이 중국 내 팽배했다. 하지만 결과는 또 헛발질이었다. 이미 실망인데, 최악으로 끝날 수 있어 또 불안하다.

중국 대표팀은 10일 밤 8시 충칭 롱싱 풋볼스타디움에서 바레인을 상대로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C조 최종 10차전을 치른다. 근소한 격차로 C조 5위와 6위에 머물고 있는 바레인과 중국의 '탈꼴찌전'이다.

현재 바레인은 1승3무5패로 승점 6점이고 중국은 2승7패로 같은 승점이다. 골득실에서 바레인(-10)이 중국(-14)에 앞서 5위에 올라 있다. 중국이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최하위는 면할 수 있다. 하지만 패하거나 무승부에 그치면 최악의 역사를 쓰게 된다.

안방에서 배수진을 치고 임할 경기지만, 마냥 '설마'라 생각할 일은 아니다. 중국은 지난해 11월 바레인 원정에서 1-0으로 어렵사리 승리했다. 경기 내내 밀리다 후반 추가시간에 나온 장위닝의 극장골 덕분에 거둔 신승이었다. 바레인의 본선도 좌절됐으나, 그들도 꼴찌는 피하고 싶다.

인도네시아와의 9차전을 앞두고 '생사전'이라는 표현을 쓴 중국 시나스포츠는 10일 "중국 축구대표팀이 '생사전'을 지나 '명예전'이라는 똑같은 시나리오를 반복하고 있다"면서 "이미 본선 진출에 실패한 대표팀이 또 패한다면, 치욕적인 조 최하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했다.

예선이 시작될 때만해도 중국 대륙의 시선은 내년 북중미 월드컵을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일정이 마무리 되는 지금은 최하위를 걱정하는 신세가 됐다. 꿈만 꾸면 악몽이다. '엄청난 시장' 중국의 합류를 기대했을 FIFA도 같은 한숨을 내쉬고 있을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