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 김혜성은 올 시즌 좌완 상대 3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좌타자'가 꼭 왼손 투수에 약한 것은 아니다. 김혜성(26·LA 다저스)은 메이저리그(MLB) 데뷔 후 좌완 상대 100% 확률로 안타를 생산했다.

표본은 적지만, 3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으로 상당히 빼어난 성적이다. 그럼에도 믿음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지, 사령탑은 왼손 투수 앞에 좌타자 김혜성 카드를 적극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고 있다.


다저스는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파크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2025 메이저리그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 접전을 펼친 끝에 8-7로 이겼다.

라이벌 의식이 강한 두 팀은 지난해 10월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이후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특히 다저스는 샌디에이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치열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 이날 승리로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다.


다저스에 마냥 즐거운 소식만 가득한 건 아니었다. '김혜성 교체'를 두고 데이브 로버츠 감독의 선택에 대해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이날 샌디에이고가 우완 닉 피베타를 선발 투수로 내세우자, 김혜성은 9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피베타와 두 차례 대결에서 내야 뜬공과 삼진으로 물러났으나 김혜성은 바뀐 좌완을 상대로 결정적 한 방을 쳤다.

그는 팀이 5-6으로 뒤진 5회초 2사 2루에서 좌완 마쓰이 유키의 2구 몸쪽 슬라이더를 공략해 동점 2루타를 작렬했다.

LA 다저스 김혜성은 올 시즌 좌완 상대 3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으로 강한 모습을 보였다. ⓒ AFP=뉴스1

두 번이나 리드를 놓치며 분위기를 내줄 뻔했던 다저스로선 이 천금 같은 한 방 덕분에 팽팽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AP 통신도 "김혜성의 동점 2루타 후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는 연장 10회 앤디 파헤스의 적시타가 터지기 전까지 팽팽한 흐름을 이어갔다"며 김혜성의 장타를 승부처로 꼽기도 했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서 좌완을 상대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앞서 그는 1일 뉴욕 양키스전에서 브렌트 헤드릭에게서 투런포를 터뜨렸고, 8일 세인트루이스전에서도 스티븐 마츠와 만나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쳤다.

김혜성의 좌완 상대 기록은 타율 1.000(3타수 3안타) 1홈런 3타점 OPS(출루율+장타율) 3.333이다.

김혜성이 이렇게 왼손 투수 공을 잘 때리는데, 로버츠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상대 투수 좌·우 유형에 따라 출전할 좌·우 타자를 고르는 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8회초 1사에서 김혜성에게 네 번째 타격 기회가 주어졌는데, 샌디에이고가 우완 제레미아 에스트라다를 좌완 아드리안 모레혼으로 교체했다.

김혜성이 직전 타석에서 좌완을 상대로 귀중한 동점 2루타를 쳤음에도, 로버츠 감독은 대타로 '우타자' 엔리케 에르난데스를 내세웠다.

LA 다저스의 데이브 로버츠 감독(왼쪽). ⓒ AFP=뉴스1

에르난데스가 좌완에 강한 타자도 아니었다. 이 경기 전까지 에르난데스의 올 시즌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0.189에 그쳤다. 결과적으로 이 대타 카드는 실패했는데, 에르난데스는 무기력하게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로버츠 감독은 왼손 투수가 마운드에 있으면 김혜성에게 출전 기회를 제한한다. 김혜성은 상대편 좌완이 선발 등판한 경기에서 선발 출전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나마 6월 들어 겨우 '세 차례' 기회를 부여했다.

김혜성은 그 한정된 기회마다 좌완 공을 잘 때릴 수 있는 좌타자라는 걸 입증해 왔다.

여기에 김혜성은 최근 5경기에서 타율 0.400(15타수 6안타)으로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장타도 2루타와 3루타를 한 개씩 때렸다.

가뜩이나 다저스 타선의 기복이 심한 상황에서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하는 김혜성을 끝까지 믿고 기용하지 않는 건 사령탑의 '아집'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