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대한민국 전진우가 상대 자책골을 유도 후 기뻐하고 있다. 2025.6.10/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전진우가 자신의 달라진 오늘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는 '두 사령탑' 앞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잠재력을 끄집어 낸 이도, 변화를 파악하고 보다 큰 공간으로 끌어들인 이도 흐뭇해 할 활약을 펼쳤다. 기회는 잡는 자의 것이라 했는데, 지금까지는 이상적인 코스를 타고 있다.

전진우는 1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쿠웨이트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최종 10차전에서 선발로 출전, 선제골에 관여하는 등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면서 4-0 대승에 일조했다.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전진우는 전반 30분 코너킥 상황에서 방향을 바꾸는 헤더로 쿠웨이트 골문을 열었다. 애초 전진우의 득점이 선언됐으나 경기 후 상대 수비수 자책골로 정정됐다.

아쉽게 A매치 데뷔골은 무산됐으나 전진우는 후반 24분 교체아웃될 때까지 자신의 몫을 충실하게 해내며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지난 6일 이라크 원정에서 교체로 필드를 밟으며 A매치 데뷔전을 치렀던 그는 당시 쐐기골 어시스트에 이어 2경기 연속 대표팀 레벨에서도 경쟁력 있는 선수라는 것을 입증했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 관중석에는 전진우 소속팀 전북현대를 이끄는 거스 포옛 감독이 앉아 있었다. 전주 봉동에 위치한 클럽하우스에서 오전 훈련을 지휘한 그는 마이클 킴 테크니컬 디렉터, 정조국 코치와 함께 승용차로 상경, 소속팀 제자들의 활약상을 지켜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정조국 코치는 "감독님 열정이 대단하시다. 훈련하시는 것도, 다른 팀의 경기를 보는 것도 아주 좋아하신다"면서 "아무래도 우리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해 있으니 관심이 더 커서 모시고 올라왔다. 경기 후 곧바로 내려가 내일 오전 훈련을 준비해야한다"며 웃었다.


1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B조 10차전 대한민국과 쿠웨이트의 경기, 대한민국 홍명보 감독이 후반 선수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2025.6.10/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대표팀에 발탁된 전북 삼총사 중 김진규와 박진섭의 출전은 무산됐으나 '애제자' 전진우가 사실상 득점까지 터뜨렸으니 서울과 전주를 왕복하는 수고로움도 괜찮았을 포옛 감독이다. 뿌듯함은 그를 발탁한 홍명보 감독도 마찬가지다.

홍 감독은 쿠웨이트전이 끝난 뒤 "앞으로 1년 뒤에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본선이 열리는 내년 6월, 어떤 선수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느냐다. 결국 가장 폼이 좋은 선수들을 선발해야한다"는 말로 무한경쟁을 예고했다.

지난달 25일 6월 소집 명단을 발표하던 자리에서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가 남았다. 아주 중요한 일정"이라면서 "우리 코칭스태프가 정한 최우선 조건은 현재 경기력"이라고 밝힌 것과 일맥상통하는 발언이다.

홍 감독은 "젊은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쳐준 오늘 경기가 우리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 본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잘해줬다"며 이한범, 김주성, 원두재 등을 칭찬했다.

그리고 "전진우는 6월 2경기에서 1골(자책골) 1도움을 올렸다. 이렇게 경기력이 좋은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앞으로 참고할 사항"이라고 평가했다.

소위 이름값이나 리그와 클럽의 명성, 지난 과정에서의 수훈 등이 아닌 '현재 경기력'을 선발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는 지도자의 방향성에 호응하는 선수들이 나와야 내부에 긍정적인 긴장감이 생긴다.

홍 감독은 "아직 우리 팀 베스트 멤버는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기존의 베테랑들을 지원해줄, 강력한 젊은 선수들이 나와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진우가 지금 같은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의 인생에 월드컵 본선도 꿈은 아니다. 전진우를 포함한 모든 선수들이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