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옛 동료이자 절친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26·LA 다저스)이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처음으로 맞대결을 펼칠 기회가 왔다. 프로 데뷔 이후 줄곧 같은 팀으로 뛰었던 두 사람이 최정상의 무대에서 어떤 퍼포먼스를 보여줄지 관심이 쏠린다.
샌프란시스코와 다저스는 14일(한국시간)부터 사흘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올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다.
이 대결이 관심을 모으는 건 한국인 메이저리거 이정후와 김혜성이 팀이 다른 적으로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둘은 KBO리그 '동기생'으로 키움 히어로즈에서 오랫동안 한솥밥을 먹었다. 이정후는 2017년 1차 지명을 받아 입단했고, 김혜성은 같은 해 2차 1라운드 7순위 지명을 받았다.
이정후가 최우수선수(MVP)를 받는 등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며 앞서나갔고, 지난해 먼저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6년 총액 1억 1300만 달러의 초대형 계약이었다.
김혜성은 이정후처럼 리그를 평정한 적은 없지만, 그래도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도전했고, 리그 최고의 명문 구단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에서 보듯 두 선수의 입지는 다소 다르다.

'1억 달러' 계약을 맺은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입장에선 아프지 않은 이상 무조건 주전으로 기용해야 하는 선수다.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지난해 어깨 부상으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을 때도 철저한 관리로 재활을 도왔다.
어깨 부상을 뒤로하고 돌아온 이정후는 올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12일 기준 66경기에서 0.275의 타율에 6홈런 32타점 6도루. 2루타 17개 3루타 4개 등이다. 맹타를 휘둘렀던 시즌 초반에 비해 방망이가 다소 식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제 몫을 해내고 있다.
6월 들어선 '눈야구'가 익숙해졌다. 이정후는 KBO리그 시절 대표적인 '배드볼히터'로 볼넷이 썩 많지 않은 타자였는데, 빅리그에선 인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컨디션이 늘 좋을 수 없기에 기록 관리의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다.
이정후의 6월 타율은 0.259에 불과하지만, 출루율은 타율보다 1할3푼이 높은 0.382다. 부족한 안타를 볼넷으로 메우며 팀에 기여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도 최근엔 그를 리드오프(1번)로 내세우고 있다.

반면 김혜성은 주전의 빈 자리를 메우는 백업 역할이다.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하며 좌절하기도 했지만, 마이너리그에서 열심히 기량을 갈고닦았고, 5월 드디어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당초 부상자들의 자리를 잠시 메우고 마이너로 돌아갈 것으로 보였지만, 김혜성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주루와 수비는 물론, 타격에서도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며 한 달 넘게 메이저리그에 잔류하고 있다.
현재까지 29경기에 출전해 0.391 타율에 2홈런 10타점 6도루. 선발 출전이 적긴 하지만 현재까지는 좋은 경기력을 보이는 김혜성이다.
다만 루키 신분인 데다 계약 규모 등까지 고려했을 때 김혜성에게 이정후만큼의 기회가 주어지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상대 선발이 좌완 투수일 때 김혜성을 선발에서 빼거나, 좌완이 아니더라도 그를 3경기에 한 번꼴로 벤치에 앉혀두고 있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개막 전 시범경기에선 이미 맞대결을 펼친 바 있다. 당시엔 둘 다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3월2일 열린 시범경기에서 김혜성은 2타수 1안타 3득점 1볼넷에 홈런포를 쏘아 올렸고, 이정후는 2루타를 포함해 3타수 2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시범' 딱지를 떼고 정식으로 맞붙게 되는 이번 3연전에서도 두 절친의 활약에 기대감이 쏠리는 이유다.
이정후는 3연전 내내 선발 출전이 유력하고, 김혜성은 교체 출전 혹은 결장하는 경기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3연전 마지막 경기인 16일은 샌프란시스코의 선발 투수가 좌완 카일 해리슨이기에 김혜성의 출전 가능성이 낮다.
이정후는 3연전에서 야마모토 요시노부, 클레이튼 커쇼, 더스틴 메이를 차례로 상대한다. 야마모토와의 맞대결에선 '미니 한일전'으로도 관심이 쏠린다.
아울러 한국인 메이저리거와 관계없이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라이벌인 두 팀의 순위 싸움 또한 관전 포인트다. 현재 다저스가 지구 선두지만, 샌프란시스코가 최근 7연승을 내달리며 0.5게임 차까지 접근했다.
샌프란시스코가 13일 새벽 열리는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8연승을 달성할 경우, 양 팀은 지구 공동 선두의 위치에서 맞대결을 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