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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공항공사 사장은 벌써 1년째 공석이다. 리더십 부재로 인한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 보는 이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C등급과 D등급을 전전하고, 지방 공항은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항공업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 관행이 조직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다.
공항공사는 지난해 4월 윤형중 전 사장이 돌연 사퇴한 이후 현재까지 이정기 부사장 대행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임명된 윤 전 사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퇴진 압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신임 사장 공모를 진행해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이 취업 승인 결정을 받았지만 전문성 논란이 불거져 인선이 무산됐다.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서 경영도 흔들리고 있다. 공항공사는 2023년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역대 최저인 D등급을 받았다. 지난 6월 발표된 2024년 평가에서는 한 단계 상승한 C등급에 그쳤다. 지난해 발생한 당기순손실에 따라 임원(기관장·감사·상임이사) 성과급의 25%를 자율 반납하라는 권고도 받았다.
경영평가 부진 원인으로는 재무 건전성 악화가 꼽힌다.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됐지만 공항공사는 2020년 이후 영업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15억원, 당기순손실은 1345억원을 기록했다.
순차입금과 부채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순차입금은 2020년 3181억원에서 지난해 9966억원으로 늘어났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1%에서 44.9%로 급등했다. 신공항 건설 사업을 위한 외부 차입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공항공사가 운영하는 14개 국내 공항 중 흑자를 낸 곳은 5곳(김포·김해·제주·대구·청주)에 불과했다. 나머지 공항은 만성 적자 상태다. 수익성 회복에 매진해야 할 시기지만 공항공사는 매년 신공항 추가 건설 부담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공항공사가 부담할 신공항 건설 재원은 5조원대로 추정된다. 최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TK 신공항과 관련해 대통령실 차원의 전담 TF를 구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재무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항공사는 2024년~2028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서 2028년 부채가 약 3조3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경영 공백이 길어지면서 위기 대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 이 부사장이 경영을 총괄하고 있지만 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국토부와의 조율이나 지방 공항 체질 개선, 항공 수요 창출 등 중장기 전략 마련에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항공사 사장 인선을 둘러싼 논란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된다. 항공업과 무관한 낙하산 인사가 이어지면서 이를 막기 위한 '공항공사 낙하산 방지법'이 국회에 발의되기도 했다. 2002년 이후 부임한 사장 6명 중 4명이 경찰 출신, 1명이 국정원 출신이었으며 내부 승진은 한 차례에 그쳤다.
공항공사 사장직이 선거에서 낙마한 정치권 인사들의 임시 거처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있다. 제10대 사장을 지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은 총선 낙선 이듬해인 2013년에 취임했는데 다음 총선 출마를 위해 임기를 1년 남기고 사퇴했다. 12대 손창완 전 사장도 총선에서 고배를 마신 뒤 선임됐고, 지난해 임명이 유력했던 김 전 차관 역시 직전 총선에서 낙마한 인물이다.
차기 사장 인선과 관련해 공항공사 관계자는 "구체적인 움직임은 아직 없다"며 "국토부 장관이 선임된 이후에 진행될 절차"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