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민영 시인이 17일 별세했다. 사진은 17일 별세한 민영 시인의 생전 모습. /사진=한국작가회의 제공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시로 노래한 민영(본명 민병하) 시인이 17일 별세했다. 향년 91세.

민영 시인은 강원도 철원 출생으로 가족과 함께 만주로 건너가 성장했다. 그는 간도성 허룽현 명신소학교 5학년 중퇴 후 독학했으며 1959년 '현대문학' 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고인은 "짧은 언어로 세상 만상을 도려내는 서늘한 시편들"을 현대 문학사에 남겼다.


민영 시인의 작품 세계는 분단과 시대의 아픔을 보듬었으며 전통 민요의 생명력을 현대 시에 불어 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소시민들의 일상과 토착적 삶의 애환, 한의 정조, 낙관적 정서 등 우리 삶의 일상적 서정들을 아름다운 가락으로 노래했다.

고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시집 '단장' '용인 지나는 길에' '냉이를 캐며' '엉겅퀴꽃' '철원 평야' 등이 있다. '엉겅퀴꽃'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은 여성들의 한을 엉겅퀴꽃에 빗대 표현한 작품이며 '철원 평야'는 한국전쟁이 훑고 지나간 빈 들판을 내려다보며 느끼는 감상을 담아냈다.

민영 시인은 (사)한국작가회의 고문, 민요연구회 회장 등을 역임했으며 1983년 한국평론가협회 문학상, 1991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하는 등 사회문화 활동도 했다. 만해문학상을 받은 시집 '바람 부는 날'은 "단아한 형식 속에 긴장의 자세를 잃지 않는 시인의 지속적인 자기성찰이 개인사와 민족사를 함께 아우르는 시적 성취를 이뤘다"는 평을 받았다.


고인의 빈소는 삼육서울병원 추모관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문인장으로 치러진다. 발인은 오는 19일 오전 8시이며 장지는 용인 공원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