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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국내 증권사들은 연준의 정책 기조가 인하 쪽에 맞춰져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다. 점도표와 경제전망 수정, 파월 의장의 발언 등을 종합할 때 7월까지는 관망 기조가 이어지면서 9월을 전후해 인하 사이클이 본격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번 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고, 연내 2회 인하 전망을 기존대로 유지했다. 위원 전원의 만장일치 결정이었다. 동시에 공개된 경제전망에서는 2025년 실질 GDP 성장률을 1.7%에서 1.4%로 하향하고, PCE 물가 상승률은 2.7%에서 3.0%로 상향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회의가 단순한 동결 이상의 시사점을 남겼다고 보고있다. 정책 속도는 다소 느려졌지만 방향성은 인하 쪽으로 분명히 기울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히 파월 의장이 통화정책의 제약 강도를 '적당히(moderately)'에서 '완만히(modestly)'로 낮춰 표현한 점에 주목하며 연준이 정책 전환의 명분을 축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한 것으로 연준이 향후 금리 인하를 위한 환경 조성에 착수했음을 시사한다"며 "정책 초점이 물가에서 고용과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고 이번 인하 전망은 경기 부양보다는 '금리 정상화'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장률과 고용 지표가 모두 악화된 상황에서도 인하 전망을 유지한 것은 물가보다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우혜영 LS증권 연구원 역시 파월 의장의 표현 변화에 주목하며 "정책 기조는 유지하되 인하 속도는 조절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며 "이는 향후 금리 인하의 명분을 단계적으로 쌓아가는 사전 정지작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준의 점도표 변화에 대해서도 '속도 조절' 신호라는 해석이 나왔다. 증권가는 위원 개별 전망의 변화와 중장기 금리 경로 조정에 주목하며 연준이 빠른 인하보다 점진적 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김호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관세 리스크가 여름을 지나 정점을 통과하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된다면 연준은 금리 인하에 착수할 수 있다"며 "이 경우 연내 2회 인하 시나리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내다봤다. 그는 "금리 인하에 반대한 위원이 4명에서 7명으로 늘고 일부는 인하 전망에서 동결로 선회한 점도 신중론 확대 흐름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우 연구원은 중장기 점도표 변화에 주목하며 "2026년과 2027년의 금리 전망치가 각각 상향 조정된 것은 향후 인하 폭을 줄이고 속도를 늦추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연준은 단기적으로는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점진적 정상화를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결국 관건은 지표다. 물가 둔화와 고용 안정이라는 조건이 충족된다면 연준은 9월 회의에서 첫 번째 금리 인하 단추를 끼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윤원태 SK증권 연구원은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고 연내 분기 당 1 회 인하해 연말 기준 기준금리 4.0%(상단) 도달을 예상한다"며 "파월 의장이 '관세의 물가 반영은 여름에 나타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그 전까지는 정책 변화가 쉽지 않겠지만 경기 둔화 흐름이 더 선명해진다면 7월 인하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렵다"고 했다.
공 연구원도 "연준은 3분기 후반부터 금리 인하 사이클에 본격 착수할 가능성이 높다"며 "2025년 중 총 3차례에 걸쳐 회당 25bp씩 인하가 이뤄질 경우 연말 기준금리 상단은 3.75%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