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삼성SDS 대표. /그래픽=강지호 기자

삼성SDS가 이준희 사장 체제 출범 1년을 맞았지만 주가 제고와 체질 개선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AI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변화를 시도 중이지만 기대감에 비춰보면 '이준희호 1년'이 아쉽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삼성SDS는 지난해 11월28일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이준희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전략마케팅팀장(부사장)을 승진 내정했다고 밝혔다.이준희 사장은 당시 그룹 내부에서도 답보한 실적을 정상화할 적임자라는 시각이 상당했다.


4년을 역임한 황성우 전 대표가 교체된 상황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 사장은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기술전략팀장을 거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과 전략마케팅팀장을 지낸 만큼 기술 분야에서 잔뼈가 굵다는 평가를 받았다. AI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IT 전문가로 꼽히는 이 사장에게 거는 기대감이 컸다.

지난 1년간 삼성SDS가 보여준 지표는 실망스럽다는 분석이다. 올해 3분기 연결 매출은 3조3913억원으로 전년보다 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323억원으로 8.1% 줄었다. AI·클라우드를 외쳤지만 뚜렷한 변화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다.

그룹사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과제 역시 별다른 진전이 없다는 시각이 많다. 매출이 삼성그룹 IT 투자 규모에 좌지우지되는 구조는 그대로며 신사업 매출 비중 확대는 정체 국면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사업(CSP) 매출이 전년과 비교해 18% 올라 유의미한 성적을 보여줬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가 클라우드 수요의 대부분을 책임지고 있어 외부 고객 기반은 취약하다.


삼성SDS는 오는 2028년까지 215억원에 매입한 경북 구미 1공장 일부 부지를 자체 운영할 대규모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대규모 전력·냉각 인프라를 갖춘 AI 전용 데이터센터로 재구축할 예정인데 삼성그룹 계열사를 제외하면 구미 데이터센터를 활용할 외부 수요가 없어 그룹 매출 의존이 심화될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감시 속 내부거래 축소 압박이 강해지는 상황에서 현 구조는 향후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주가 흐름도 답답하다. 이준희 사장 내정 직후였던 지난해 11월28일 종가 14만9800원을 기록하던 주가는 계단식으로 하락하며 지난 4월9일 10만9600원까지 떨어졌다. 다시 반등하던 주가는 6월24일 19만3500원까지 올랐으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 11월24일 16만7200원에 거래를 마쳤고 25일 16만7800원으로 마감했다. 반도체 업황 개선, AI 투자 확대 등 우호적 환경 속에서도 삼성SDS는 시장 기대치를 전혀 흡수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 사장은 취임 이후 AI·클라우드·보안 등 신사업 확대를 강조했지만 1년 동안 실적은 떨어졌고 고착화된 사업 구조는 강고하다. 그사이 글로벌 IT 서비스 업체들은 공격적인 인수·전략적 제휴로 몸집을 키우며 AI 인프라 시장을 선점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오픈AI와 손잡는 등 세계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지만 결과물을 내놓기엔 미래가 밝지 못한 실정이다.

기술적 조예가 깊은 경영자임에도 구체적인 조직 혁신이나 성과 중심의 경영 메시지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AI 경쟁이 그룹 전체의 우선순위가 된 상황에서 삼성SDS의 존재감이 기대 이하라는 분석이다.

삼성SDS는 김정욱 전략마케팅실 컨설팅팀장과 이태희 연구소 AI연구팀장이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각각 승진시키고 상무 8명 등 모두 10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미래 성장동력인 AI 플랫폼 및 에이전트 기반 사업, 클라우드 상품개발 및 전환구축 사업 등을 주도한 인재들을 두루 등용한 것이지만 지금과 같은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선 유의미한 결과를 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