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들이 국내증시로 다시 돌아오고 있다./사진=김은옥 기자(챗GPT)

해외주식에 열광하던 서학개미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미국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움직임과 이재명 정부의 정책 수혜 기대감이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을 이동하는 '머니무브'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거래는 순매도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18일부터 6월19일까지 미국 주식 매수 금액은 약 2673만달러(약 368억원), 매도 금액은 약 2763만달러(약 381억원)로 집계됐다. 약 90만 달러(12억원) 규모의 순매도가 발생한 셈이다.


이는 연초 한 달간(1월1일~2월2일) 매수 금액이 약 3269만달러(약 450억원), 매도 금액이 약 2828만달러(약 389억원)로 뚜렷한 순매수세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매수 규모만 놓고 봐도 약 18% 줄어든 수준이다.

이 같은 변화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배당세 인상 추진 등 정책 리스크 우려가 확대되자 서학개미들의 투자심리가 움츠러든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일명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으로 불리는 'OBBB'(One Big Beautiful Bill) 예산조정법안에는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조세조약상 혜택을 축소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외국인 배당세율이 최대 35%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에선 '배당세 폭탄' 우려가 높아진 분위기다.

미국 증시와 다르게 국내 주식시장은 훈풍이 불고 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전날까지 11% 이상 상승하며 같은 기간 S&P 500(6.72%)을 앞지르는 성과를 기록했다.


개인투자자도 국내 증시에 눈을 돌리는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실제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7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65조220억원으로 집계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는 3월 중순 51조원대에 머물던 것과 비교해 약 석 달 만에 13조원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특히 6월 초부터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다. 예탁금은 지난 5일 기준 58조4000억원에서 10일 62조3000억원으로 급증하며 일주일 만에 6조원 넘게 불어났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투자자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 등 금융투자상품을 매매하거나 기타 거래를 위해 증권사 또는 금융투자업자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은 자금이다. 통상 증시 대기 자금으로 불리며 예탁금이 많을수록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이 많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처럼 증시 주변자금의 유입이 본격화하면서 '머니무브'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에서는 국내 정책에 대한 기대감과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내외 시장의 온도차가 자금 이동의 배경이 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재명 정부 들어 지배구조 개선 기대와 증시 부양책 발표로 증권·지주회사가 상승세를 이끌었고 소비쿠폰 및 부양책 기대감이 내수 소비재로 확산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통화 이후 한한령 해제 기대감이 불거지며 중국 소비 관련주 강세, 최근에는 AI 수석 임명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AI 육성 정책 발표에 따라 관련 종목까지 강세를 이어가는 등 정책 테마주를 중심으로 순환매 흐름이 뚜렷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은 "이번 정부는 내수 부양, 증시 활성화, 산업정책, 실용외교라는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강력한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며 "여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고 재정 여력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수혜주는 단기 뉴스 반응이 아닌 구조적 트렌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세계 주요국이 부양책을 동원하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통화·재정정책이 제한되고 글로벌 리스크는 확대되는 흐름"이라며 "이럴수록 국내 정책 수혜주 중심으로 종목별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