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 더 무비'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톰 크루즈에 이어 브래드 피트가 왔다. '탑건: 매버릭'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연출한 신작 'F1 더 무비'는 관객들에게 지상판 '탑건: 매버릭'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있는데, 지난 1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영화는 과연 영화적인 재미로 충만한 작품이었다.


'F1 더 무비'는 30년 전 당한 큰 사고로 꿈을 이루지 못한 비운의 천재 드라이버 소니 헤이스(브래드 피트 분)가 포뮬러 원(F1)이라고 불리는 그랑프리 레이싱에 참여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진 비운의 레이서 소니 헤이스에게 어느 날 F1 최하위 팀 APXGP의 오너이자, 옛 경쟁자인 루벤 세르반테스(하비에르 바르뎀 분)가 찾아온다. 루벤은 매각 위기에 놓인 APXGP팀을 살리기 위해 소니에게 팀에 합류해달라 부탁한다. 소니는 망설이지만, 레이싱에 대한 깊은 갈망을 이기지 못해 제안을 수락하고, APXGP 팀의 루키 드라이버 조슈아 피어스(댐슨 이드리스 분)의 파트너가 된다.

'F1 더 무비' 스틸 컷

'F1 더 무비' 스틸 컷

소니와 조슈아의 관계는 처음부터 삐걱댄다.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이자, 승부에 대한 강한 집착을 가진 소니는 팀의 순위를 올리기 위해 다소 위험하고 도전적인 전략을 사용한다. 반면 젠지(Gen-Z)인 조슈아는 자신의 재능을 통해 인기와 명성을 얻는 데 더 관심이 많다. 그 때문에 조슈아는 독단적인 '아재' 소니에게 반감을 품지만, 그의 전략이 서킷 위에서 조금씩 통하기 시작하자 하는 수 없이 그의 주도에 따라 움직인다.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의 언더독 서사를 따라간다. 꼴찌였던 APXGP 팀이 두 주인공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내부의 갈등을 봉합하고 1위에 올라서는 과정이 드라마의 핵심 줄기다. 80년대나 90년대 영화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처럼 고전적이면서도 안정적인 플롯은 관객들로 하여금 영화 속 등장하는 F1 경기의 매력에 몰입할 수 있게 돕는다. 새롭다고 할 수는 없으나 익스트림한 스포츠를 다루는 체험형 영화로서는 충분하다.

다만, 드라마적으로 아쉬운 부분을 딱 하나 찾는다면 브래드 피트가 시종일관 멋있게만 그려지는 점이다. 이 영화는 실질적인 주인공인 소니가 후배 세대인 조슈아와의 관계를 통해 얻게 되는 내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보여주지 못한다. 그는 젊은 시절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한 상태로 여전히 무모하고 어리석다. 반면 조슈아는 소니와의 갈등을 통해 레이싱에 대한 진심을 되찾고 성장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소니에게 몰아주는 결말은 다소 작위적이며 감동을 반감시킨다. '세대 갈등'이라는, 비슷한 관계성을 다룬 영화 '인턴'의 미덕을 'F1 더 무비'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F1 더 무비' 스틸 컷

'F1 더 무비' 스틸 컷

카메라 앞 피사체로서 브래드 피트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그는 수개월간의 드라이빙 훈련과 체력 단련을 통해 F1 드라이버에 어울리는 오라를 완성했다. '탑건: 매버릭'이 그랬듯 'F1 더 무비'는 어딘지 모르게 레트로한 감성이 살아있는 영화다. 주인공 캐릭터에 대한 약간의 아쉬움만 제외하면 '올디 벗 구디'(Oldie but goodie)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상영 시간은 155분으로 다소 길다. 그럼에도 불구, 시속 300km에 달하는 실제 F1 경기의 속도감을 재현하기 위해 사용한 특수 제작 레이싱 카와 아이맥스 카메라, F1의 협조를 통해 가능했던 유명 서킷 로케이션 촬영 등에 힘입어 관람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는 25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