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다채널의 뉴미디어 시대라지만, 책은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존재입니다. 책은 전문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부터 각 분야 유명인사와 스타들 및 이웃들의 흥미로운 경험들을 기반으로 탄생합니다. [책과 사람]을 통해 각양각색의 도서들을 만들어낸 여러 저자 및 관계자를 직접 만나, 책은 물론 그들의 삶도 들여다보고자 합니다.

대만의 황이원 그림책 작가. ⓒ 뉴스1 김정한 기자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황이원은 대만의 그림책 작가다. 신예 작가이면서도 볼로냐아동도서전 2021, 2022년 연속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 2023년 펑즈카이 아동그림책상, 2022년 오픈북 좋은 어린이책, 타이완 금정상, 국가인권박물관 그림책 대상, 호회아 신인작가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 주목을 받고 있다.


그는 다양한 소재와 표현 기법을 활용해서 어린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어 한다.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무거운 테마를 다루면서도 아이들이 눈높이에서 맘껏 상상할 수 있도록 이야기를 이끄는 솜씨가 탁월하다. 제67회 서울국제도서전을 맞아 최근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나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동안 출간된 그림책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금까지 3권의 책이 출간돼 있다. '동물원의 비밀'은 한 아이가 동물원에 겪는 환상의 모험담이다. '옛날옛날 기차가 작은 섬에 왔어요'는 대만 현대사의 아픈 기록을 다룬다. '초록 애벌레를 싫어한 왕자'는 권력, 책임, 인권을 소재로 한다. '동물원의 비밀', '옛날옛날 기차가 작은 섬에 왔어요' 두 책은 각각 2021년과 2022년 볼로냐어린이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됐다. 세 책 모두 한국에도 출간돼 있다.


-아이들 책으로는 주제가 좀 무거워 보인다.

▶주제는 무거워 보이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평범한 이야기다. 이슈나 주제 자체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아이들의 눈높이로 보이는 세상 이야기를 있는 가감 없이 전한다. 작품 속에서 명확한 답을 제시하는 게 아니라 어떤 상황이나 공간 안에 존재하는 선과 악, 박해와 구원같이 요소들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맡겨 둔다.

-작품 과정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림책의 형식적인 면을 어떻게 구상할 것인지에 가장 중점을 둔다. 예를 들어 '동물원의 비밀' 같은 경우는 글과 그림이 가로로 구성돼 있다. 한 페이지는 아이의 눈에 비친 주변 상황을 그대로 보여 주고, 다른 한 페이지는 아이의 속마음과 생각을 드러내는 식으로 구성했다. 이를 통해 아이의 눈에 비친 정황과 생각을 동시에 보여주는 형식을 시도했다.

-자신의 그림책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초록 애벌레를 싫어한 왕자'다. 이 책의 결말이 원래 의도에서 수정이 됐기 때문이다. 이 책은 초록색 애벌레를 싫어해 모든 초록색을 없애려는 왕자가 우연히 초록색 머리를 가진 소녀와 친해지면서 일어나는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원래 결말은 왕자의 꿈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미완으로 설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편집자가 반대하며 갈등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해서 꿈 이야기는 뺐다. 하지만 열린 결말은 유지해 원래 전하려고 한 메시지는 유지했다.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면서 느끼는 가장 큰 보람은.

▶대학에 다닐 때 그림책 창작 수업이 있었다. 당시 그림도, 예술도 잘 몰랐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글과 그림으로 전달하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이제 그림책 작가가 되어 작품들을 통해 사람들에게 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에 큰 보람을 느낀다. 세상을 너무 단정적으로 보지 않으면 많은 갈등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메시지를 작품을 통해 전달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