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에게 '코스피 5000' 실현 가능성에 대해 들어봤다. 사진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와 악수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지난 4일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5거래일 만에 코스피 200포인트가 상승, 지난 11일 2900선을 넘어섰다. 지난 10개월 동안 거의 매도세로 일관해 온 외국인 투자자들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매수세로 전환했다. 당선 당일 1조원에 달하는 순매수세 덕분에 이후 5, 6거래일 동안 약 3조7000억원의 대규모 자금이 유입됐다. 국내 투자자뿐만 아니라 외국인 역시 국내 주식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상황이다.

이처럼 '허니문 랠리'를 이어가면서 이재명 대통령 대선 공약인 '코스피 5000'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이재명 정부 임기 내 '코스피 5000' 실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기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더불어 새 정부의 산업·경제 정책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증권 전문가들 한목소리… "주가 상승 여력 충분"

코스피 기업의 수익성은 양호하나, 주가는 저평가된 상황이다. 코스피의 12개월 선행 ROE가 현재 9.6% 수준을 기록하고 있으며, 선행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9배로 집계됐다. 통상 선행 PBR 1배 수준은 코스피 3000포인트 전후에 해당하는 만큼, 현재 지수는 적정 가치 대비 크게 저평가돼있다.


글로벌 주요국과의 밸류에이션 비교에서도 이러한 저평가는 두드러진다. 중국의 경우 선행 ROE가 9.5%일 때 PBR은 1.2배, 말레이시아는 ROE 9.4%에 PBR 1.2배, 태국은 10.3%에 1.4배, 일본은 9.3%에 1.4배 수준을 보인다. 반면, 한국은 ROE가 이들과 유사한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PBR이 0.9배에 불과해 상당한 디스카운트를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향후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동력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30년 새 정부 임기 내 코스피 5000선에 근접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며 "현재 ROE(자기자본이익률)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밸류에이션이 정상화되는 것만으로도 4500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 ROE 개선이 가시화될 경우 코스피 5000선 도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의 코스피 전망은 대체로 긍정적이었다. /그래픽=김은옥 기자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향후 증시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올해 하반기 코스피를 2600에서 3150선으로 예상한다"며 "새 정부의 주주환원 강화와 경기 부양에 따른 이익 회복으로 수익성이 개선돼 지수 상향 조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12개월 선행 PBR 1배를 향해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실적 진단을 내렸다. 이 센터장은 "올해 당장 코스피 5000에 도달하긴 어려우나 새 정부 출범과 함께 3000에는 근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현재 순이익 추정치에서 코스피 12개월 선행 PER(주가수익률)이 역사적 평균인 9.97배를 회복하면 적정 지수 레벨은 2966포인트"라고 했다. 그러면서 "12개월 후행 PBR이 정상 수준인 1배를 회복하면 적정 코스피는 2984포인트 예상한다"고 짚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정부 정책 등 우호적 환경 필수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함께 정부 정책 등 우호적 환경이 장기적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수홍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의 자본 효율성 제고와 주주환원 정책 등 개선과 함께 정부의 산업·경제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한국의 AI(인공지능) 메모리 반도체 중요성이 부각되고, 반도체 중심의 수출 경기가 되살아나는 글로벌 산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어 "다양한 요건이 복합적으로 충족돼 우호적 환경이 장기적으로 유지되면 (코스피 5000) 실현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진우 센터장도 "미·중 관세 협상 진전과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실적 전망도 나쁘지 않다"며 "추경, 상법 개정 등 부양적 정책이 진행됨에 따라 국내 증시 오버슈팅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했다. 아직 외국인과 개인 자금의 유입이 본격화되지 않았다는 것.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달러 약세와 정부의 정책에 따라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전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출범 이후 달러 약세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는데, 달러 약세 국면에서 신흥국 통화인 한국은 외국인의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수혜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본부장은 "정부는 금융시장의 체질 개선, 부동산 자금의 증시 유입 등을 추진하고 있다"며 "추세적 달러 약세의 물증을 찾을 수 있다면 국내 증시 슈퍼 랠리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리서치센터장은 2028년에 코스피 5000포인트를 돌파할 수 있다고 구체적 시점을 언급했다. 그는 "코스피 5000포인트 달성 시점을 산정하려면 고려 변수가 많다"며 "연평균 EPS(주당순이익) 성장률이 6~8%, PER이 14~15배인 역사적 고점(2007년) 부근까지 리레이팅, 외국인 자금 유입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이 이어진다고 가정할 경우 가능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