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성영탁(21). (KIA 제공)

(인천=뉴스1) 권혁준 기자 = 주춤하던 KIA 타이거즈가 최근 들어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을 되찾는 데에는 '마운드의 힘'이 결정적이다. 6월 팀 평균자책점이 3.07로 전체 1위다.

제임스 네일과 아담 올러의 원투펀치, 김도현, 양현종, 윤영철의 국내 선발진, 전상현, 조상우,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불펜진까지 제 궤도에 올라 힘을 내는 모양새다.


최근 KIA 마운드에서는 성영탁(21)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입단해 프로 2년 차에 불과한, 조금은 낯선 이름이지만 그는 콜업 이후 연일 호투를 펼치며 힘을 불어넣고 있다.

부산고를 졸업한 성영탁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10라운드 전체 96순위로 KIA의 지명을 받았다. 변화구 구사 능력과 제구가 좋지만, 직구 구속이 140㎞가 채 되지 않았기에 지명 순위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데뷔 첫 해를 퓨처스리그에서 머문 성영탁이 2년 차 시즌 1군에서 활약할 것을 예상하긴 어려웠다.


사령탑 이범호 KIA 감독도 "눈여겨본 것은 아니었고, 마무리캠프에서 제구력과 무브먼트가 좋다는 보고는 받았었다"면서 "올해 2군에서 선발로 뛰면서 이닝도 잘 소화하고, 경기 운영이 좋다는 보고가 다시 올라와 1군에 불렀다"고 말했다.

KIA 타이거즈 성영탁. (KIA 제공)

성영탁이 콜업 전까지 2군에서 기록한 성적은 25⅓이닝 15실점(14자책)으로, 평균자책점은 4.97이었다. 당장 1군에서 통할 것을 기대하긴 어려웠고, '추격조'로 이닝을 소화해도 만족할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성영탁은 모두의 예상을 깼다. 5월 20일 KT 위즈전에서 2이닝을 소화한 것을 시작으로, 2~3일 간격으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10경기가 넘도록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있다. 12경기 15⅔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지난 4일 두산 베어스전에선 데뷔 첫 홀드도 기록했고, 19일 KT전에선 2이닝 무실점으로 기어이 KIA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데뷔 이후 15⅔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그는 1989년 조계현이 해태 타이거즈 시절 기록한 데뷔 이후 13⅔이닝 무실점 기록을 넘어섰다.

KBO리그 전체로 보면 김인범(키움)이 2021년부터 2024년에 걸쳐 세운 19⅔이닝 무실점이 1위이고, 성영탁은 조용준(18이닝), 박노준(16⅓이닝)에 이은 전체 4위다. 앞으로 4⅓이닝 동안 무실점이 이어지면 리그 신기록을 세울 수도 있다.

성영탁의 장점은 변화무쌍한 변화구와 절묘한 제구력이다. 직구 구속도 시속 140㎞ 초반대까지 끌어올리며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

KIA 성영탁. (KIA 제공)

이범호 감독은 "공이 빠르다고 무조건 못 치는 건 아니다"면서 "변화구가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코스로 오는지가 중요한데, 성영탁은 어려운 코스로 잘 던진다. 횡으로 가는 슬라이더, 종으로 가는 커브 모두 잘 던져 타자들이 헷갈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 2년차에 불과한 신인이지만 벌써부터 배짱도 두둑하다. 점차 어려운 상황에 등판하고 있음에도 흔들림이 없다.

이 감독은 "인터뷰에서 '저 이제 야구선수 됐어요'라고 말하는 걸 보고, 좋은 기질을 갖췄다고 생각했다"면서 "신인이 그렇게 말하기가 쉽지 않다. 프로 무대 1군에서 던지는 것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좋은 투수가 나왔다"며 흐뭇해했다.

연일 호투를 펼치고 있기에 사령탑 역시 이제는 성영탁을 '준필승조'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신인이 올라와서 15이닝 넘게 무실점 하는 자체로도 이미 잘 해주고 있는 것"이라며 "점수를 안주니까 자신감도 붙는 것 같다. 이제는 마음 놓고 마운드에 올릴 수 있는 정도"라고 칭찬했다.

이어 "경험이 많아지고 연차가 쌓이고, 스피드가 조금만 더 붙으면 더 활약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최대한 무리 안 시키고 좋은 선수로 성장을 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