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지(호주)가 23일(한국시간)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고 있다.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동안 부진에 빠졌던 이민지(29·호주)가 다시 '메이저 퀸'의 자리에 올랐다. '빗자루 퍼터'로 바꾼 효과를 톡톡히 본 이민지는, 이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대업을 정조준한다.

이민지는 23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프리스코 필즈 랜치 이스트 앳 PGA 프리스코(파72)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즌 세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120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2오버파를 추가했다.


최종합계 4언더파 284타가 된 이민지는 공동 2위 차네테 완나센(태국), 오스턴 김(미국·이상 1언더파 287타)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이민지는 2023년 10월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이후 1년 8개월 만에 LPGA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지난해 한때 상금랭킹 43위에 머무는 등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퍼트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정확한 중장거리 퍼트에 비해 2m 이내 짧은 퍼트를 자주 놓치며 일순간에 무너지는 일이 많았다.

이에 올 시즌엔 빗자루 모양으로 생긴 '브룸스틱 퍼터'로 바꿨고, 차츰 예전의 기량을 찾더니 메이저대회 챔피언까지 올랐다.

이민지(호주)가 23일(한국시간)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 AFP=뉴스1

이민지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많은 인내심을 가지고 했다. 어떤 샷은 내 뜻대로 됐지만 그렇지 않은 샷도 있었다"면서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고, 그저 최선을 다하려고 했다. 이번 주 내내 힘들었지만 내 게임 플랜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바꾼 퍼터도 확실히 효과가 있다고 했다. 그는 "확실히 나에게 잘 맞고 있다"면서 "바람 속에서 샷이 흔들렸지만, 좋은 퍼팅 덕분에 결국 승리할 수 있었다. 퍼터 교체가 조금은 성과가 있었다"며 웃어 보였다.

그러면 "빗자루 퍼터로 바꾼 자체로 스스로 자유로워진 것 같다"면서 "그전까지는 많은 생각을 했고, 전통적인 퍼트 방식을 지나치게 고수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민지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메이저대회 3승째를 거뒀다. 그는 2021년 에비앙 챔피언십, 2022년 US 여자 오픈에 이어 이번 대회까지 각기 다른 3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했다.

LPGA투어는 5개 메이저대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데, 이 중 4개 대회를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 5개 대회를 모두 제패할 경우 '슈퍼 그랜드슬램'이다.

이민지가 우승하지 못한 메이저대회는 셰브론 챔피언십과 AIG 위민스 오픈 등 2개인데, 셰프론 챔피언십은 올 4월 끝났고,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AIG 챔피언십은 7월31일 개막한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면 이민지는 여자골프 역대 8번째 그랜드슬램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다.

이민지는 "일단은 다음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을 바라본다"면서도 "그랜드슬램과 명예의 전당은 내 궁극적인 목표다. 내가 골프를 시작하고 LPGA투어에서 뛰고 싶었던 이유이기도 하다"며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