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사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에사페카 살로넨 & 뉴욕 필하모닉with 크리스티안 짐머만 내한공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11년만에 열리는 이번 내한공연은 오는 27일과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025.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뉴욕필과는 1986년 처음 함께했으니, 인연이 깊습니다. 특히 이번엔 크리스티안 짐머만과 협연하게 돼 더욱 뜻깊습니다. 짐머만과의 첫 협연은 1980년대였으니, 오랜 친구와 다시 무대에 서는 것이죠. 이번 공연을 가족 여행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웃음)


핀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67)은 7년 만의 내한 공연을 '가족 여행'에 비유했다. 2008년 엘에이(LA) 필하모닉, 2018년 영국 명문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국을 찾은 살로넨은 이번엔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뉴욕 필하모닉 공연을 앞두고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서초 공연장에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지휘자 에사페카 살로넨, 뉴욕필 CEO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 김용관 대표가 참석했다.

살로넨이 지휘하는 뉴욕 필하모닉 내한 공연은 오는 27일과 28일 이틀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진다. '살아 있는 전설'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69)이 협연한다.

이번 공연은 서로 다른 프로그램으로 꾸며진다. 첫째 날에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이 연주된다. 둘째 날엔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 드뷔시의 '바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 등 프랑스 레퍼토리가 무대에 오른다. 크리스티안 짐머만은 첫째 날 무대에 협연자로 나선다.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짐머만ⓒBartek Barczyk(마스트미디어 제공)

"짐머만은 보기 드문 피아니스트"

프로그램 선곡 이유에 관해 묻자, 살로넨은 "베토벤의 두 작품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혁명적인 작품"이라고 말문을 뗐다.

"교향곡 3번은 베토벤이 프랑스혁명의 정신에 영감을 받아 작곡한 곡이고, 피아노 협주곡 4번은 훨씬 조용하고 내밀한 방식으로 혁명적입니다. 특히 2악장은 솔리스트를 오케스트라가 반주하는 형식이 아니라,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등하게 연주되기에 독특하죠. 특히 둘째 날 선보이는 드뷔시 작품은 제가 잠이 안 올 때 즐겨 들은 곡입니다."

크리스티안 짐머만에 대해선 '보기 드문 아티스트'라고 평했다. "사실 짐머만과 함께할 수 있는 레퍼토리는 다양하지 않다"며 "그는 한 곡을 연주하기 위해 깊이 연구하고 철저히 준비하는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건반 위 완벽주의자'라고 불리는 이유다.

그러면서 "짐머만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곡에 내재한 의미를 설득력 있게 풀어내는 해석자"라며 "매우 맑고 투명한 음색을 들려주는 연주자"라고 덧붙였다.

뉴욕필 CEO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는 이번 공연이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짐머만과 협연하기 때문"이라며 "그와 무대에 서는 일은 매우 드문 기회"라고 말했다.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Matias Tarnopolsky) 뉴욕 필하모닉 CEO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에사페카 살로넨 & 뉴욕 필하모닉 with 크리스티안 짐머만 내한공연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11년만에 열리는 이번 내한공연은 오는 27일과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025.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183년 역사의 뉴욕필…"예술가와 협업 지속할 것"

이 흔치 않은 공연은 어떻게 성사된 걸까. 김용관 마스트미디어 대표는 "어떤 협연자와 함께하면 좋을지 뉴욕필하모닉과 논의하는 중 떠오른 인물이 짐머만이었다"며 "짐머만에게도 물어보니 '와이 낫?(Why not?)'이라고 되묻더라"고 했다.

이어 "그다음 짐머만은 '지휘자가 누군가요?'라고 묻더라"라며 "살로넨이라고 하니, '꼭 하겠다'고 했다"고 김 대표는 설명했다. 짐머만의 선택에는 뉴욕필과 살로넨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작용한 셈이다.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는 이날 악단의 운영 비전에 대해서도 밝혔다. "뉴욕필하모닉은 다양한 예술가들과 함께 모험적인 협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에사페카 살로넨 지휘자는 뛰어난 작곡가이기도 한데, 10년 전 뉴욕필의 상주 작곡가로 활동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뉴욕필은 오는 10월 22일 새로운 공연장이 문을 열고, 내년 9월부터 구스타보 두다멜을 음악감독으로 맞아 새 시즌을 시작한다"면서 "우리 악단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궁금하다면 뉴욕을 한번 방문해달라"며 웃었다.

한편 1842년 창단된 뉴욕 필하모닉은 미국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오케스트라다. 드보르자크 교향곡 9번 '신세계로부터' 세계 초연을 비롯해 바그너, 브루크너 등 대가들 작품을 미국 무대에 처음 소개하며 음악사에 큰 발자취를 남겼다. 이 악단은 2026년에는 베네수엘라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을 새로운 음악감독으로 맞이할 예정이다.

에사페카 살로넨(Esa-Pekka Salonen)이 2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에서 에사페카 살로넨 & 뉴욕 필하모닉 with 크리스티안 짐머만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 앞서 마티아스 타르노폴스키 뉴욕 필하모닉 CEO(왼쪽), 김용관 마스티미디어 사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11년만에 열리는 이번 내한공연은 오는 27일과 28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2025.6.2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