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본부장과 김민우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이 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회 국회미래산업포럼'에서 산업 구조개편을 강조했다. /사진=최유빈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심각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면서 원재료·에너지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단순한 수평적 합병이 아닌 정유사와의 수직적 통합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동시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과 이를 뒷받침할 정부의 규제 개선·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2일 국회 '제1회 국회미래산업포럼'에 참석한 김상민 LG화학 석유화학본부장은 "중국은 앞으로도 증설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높고 이를 통해 한국 등 경쟁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뒤 글로벌 시장을 석권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며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적자 구조에 빠진 폴리올레핀 사업의 공급 과잉을 해소하고 원재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석화사들은 지난 10년간 중국의 급속한 수요 성장을 활용해 NCC 등 업스트림 설비를 지속해서 증설해 왔다. 2020년부터 중국의 소재 자급화 정책에 따른 대규모 증설로 인해 수출길이 막히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했다.

김상민 본부장은 "업계 간 최적 통합의 시너지를 논의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규 개정이 필요하다"며 "정부에서도 구조 재편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의 관점에서 추진될 수 있도록 업계와 소통하고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전략기획본부장도 같은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그는 "석유화학 공장은 통상 다양한 연계공정을 갖추고 있어 손실이 나는 제품을 줄이고 싶어도 가동률을 크게 낮추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며 "당장 한두 개 공장을 완전히 중단하기보다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고 수익이 나는 품목을 중심으로 가동률을 최적화하는 방식이 장기적으로는 더 지속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양측 모두 장기적으로는 다운스트림 중심의 스페셜티·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다만 이 역시 수년 이상의 장기 투자와 대규모 자금이 요구되며 기업 단독으로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김상민 본부장은 "업스트림과 폴리올레핀 사업의 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석유화학 기업 간 단순한 수평적 통합보다는 국내 원재료 밸런스를 고려한 수직적 통합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며 "정유사와의 협력은 납사 경쟁력과 설비 합리화를 동시에 추진해 원가를 5% 이상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민우 본부장도 "석유화학산업은 원유·정유와 결합한 국가 차원의 산업 전략으로 운영되기에 경쟁 상대 역시 개별 기업이 아니라 국가 정책과 맞붙는 구조"라며 "결국 이해관계자들의 협조가 필요하고 정부 차원의 지원과 규제 완화가 뒷받침된다면 보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