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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을 앞두고 최근 코스닥 상장사들이 잇달아 자진 상장폐지 움직임을 보이지만 소액주주들의 강항 반발이 이어지면서 난항을 겪고 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올은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 지난달 18일부터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다. 공개매수가는 1만2500원으로, 발행량의 64.09%(4680억원) 지분을 오는 7일까지 매입할 계획이다.
신성통상 역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자진 상장폐지에 나섰다. 가나안과 에이션패션은 6월9일부터 7월9일까지, 신성통상의 지분 16.13%(950억원)를 주당 4100억원에 매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 기업이 상장폐지에 속도를 내는 것은 이르면 오는 4일 국회에서 처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법 개정안 때문이다. 상법 개정안에는 전자주주총회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을 대상으로 한 소송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커 이를 우려해 자진상폐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움직임은 지난해에도 비슷하게 벌어졌다. 정부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자 이를 우려한 락앤락, 제이시스메디칼, 커넥트웨이브 등 몇몇 기업들이 자진상폐 했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기업들의 자진상폐가 난항을 겪고 있다. 비올의 소액주주 연대는 지난달 24일 공개매수 가격을 기존 주당 1만2500원에서 주당 최대 2만8000원으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서한을 회사에 발송했다.
이들은 비올의 이번 공개매수가가 최근 1개월 평균 종가에 19% 수준 할증률이 적용된 것으로 과거 오스템임플란트, 루트로닉 등이 적용한 30~40% 수준 할증률에 못 미친다며 공개매수가를 상향할 것을 주장했다.
현재 자진 상장폐지를 위해선 공개매수 기간 자사주를 제외하고 코스피 상장사는 전체 주식의 95%를 코스닥 상장사는 90% 이상 지분을 대주주가 확보해야만 한다. 이 기간에 지분 확보를 못 하면 상장폐지를 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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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한솔PNS와 텔코웨어 역시 지분을 확보하지 못해 상장폐지에 실패했다. 한솔PNS의 대주주인 한솔홀딩스는 올해 두 차례에 걸쳐 주당 1900원에 공개매수를 진행했으나 목표 지분율에 못 미치는 88.36%를 확보하는 데 그쳤다. 주주들 사이에서는 공개매수가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텔코웨어도 마찬가지다. 금한태 텔코웨어 대표는 지난 5월 19일부터 6월 10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했지만, 응모율이 10.44%에 그쳤다. 공개매수 예정수량 233만여주 중 실제 응모주식은 96만여주로, 절반에도 못 미치는 41.4%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두 기업 모두 현재 자진상폐에 난항을 겪고 있다.
신성통상도 지난해 공개매수가 2300원을 제시했으나 낮은 공모가에 대한 주주들의 반발로 본래 계획한 잔여 지분 약 22%를 매수하는 데 실패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을 앞두고 당분간 자진 상폐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상폐 과정에서 주주들의 투자 피해가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특히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 80% 이상인 가온전선(81.62%), 천일고속(85.74%), LS네트웍스(81.8%), 페이퍼코리아(86.6%) 등 기업들을 투자할 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엄수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법 개정안 통과가 목전에 다가오면서 자발적으로 상장폐지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규제 강화 때문이 아니더라도, 평시에 주가 관리와 IR 활동, 공시 의무 등이 부담스러워 상장폐지를 택하는 것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상장폐지 과정에서 소액주주에게 충분한 대가를 지급해야 마땅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