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삼매경'의 주연배우 지춘성이 라운드인터뷰에서 답변하고 있다.(국립극단 제공)

(서울=뉴스1) 정수영 기자
"대사량에 압도됐죠. '예순에 이 대사를 다 소화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습니다."

배우 지춘성(60)이 연극 '삼매경'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의 소감을 전했다. 공연 개막을 앞두고 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라운드인터뷰 자리에서다. 이 자리에는 지춘성과 이철희(46) 연출이 참석했다.


'삼매경'은 한국 근대극의 대표 작가 함세덕(1915~1950)의 '동승'을 원작으로 한다. '동승'은 유치진(1905~1974) 연출로 1939년 초연했다. 그해 제2회 연극대회 극연좌상(현 동아연극상의 전신)을 받으며 작품성을 인정받았고, 이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됐다.

'동승'은 지춘성에게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는 1991년 박원근이 연출한 '동승'에서 동자승 '도념' 역으로 출연했다. 이 작품은 그에게 제15회 서울연극제 남우주연상, 제28회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인기상을 안겼다. 당시 26세였던 신예 지춘성을 연극계 스타로 끌어올린 작품이 바로 '동승'이다.

지춘성은 "첫 리딩을 하고 이철희 연출에게 '정말 잘 썼다'고 거듭 말했다'"며 "원작과 제 이야기, 연극적 서사가 잘 버무려져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이철희는 '삼매경'의 재창작과 연출을 맡았다.


지춘성 배우의 1991년 '동승' 공연 모습(국립극단 제공)

34년 만에 재창작된 작품으로 다시 무대에 오르는 소감에 대해 "세 단어로 표현하자면, 책임감·부담감·영광스러움"이라며 "그래도 아내가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도념 역을) 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하길래 수긍했다"며 웃었다.

'삼매경'은 한 초로의 배우가 주인공이다. 그는 34년 전 자신의 역할을 실패라고 여기며 연극의 시공간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살아간다. 결국 저승길에서 삼도천으로 뛰어들어 과거와 현재, 연극과 현실이 혼재된 기묘한 '삼매경'을 경험한다.

지춘성을 비롯해 고용선, 곽성은, 김신효, 서유덕, 심완준 등 13명의 배우가 출연한다.

'삼매경'은 오는 17일부터 8월 3일까지 서울 중구 명동예술극장에서 펼쳐진다.

이철희 연출, 지춘성 배우(국립극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