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이 전기차 세액 공제를 조기 폐지하는 감세 법안에 서명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 세액 공제를 조기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하면서 국내 자동차 산업 전반에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내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 경우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물론 후방 산업인 타이어 업계에도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각)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OBBBA)에 서명했다. OBBBA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시행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보조금을 조기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체적으로 전기차 신차 구매 시 적용되던 최대 7500달러(약 1000만원)의 세액공제 인센티브가 오는 9월30일로 종료된다. 당초 보장했던 2032년보다 7년가량 앞당겨졌다. 중고 전기차 구매 시 대당 4000달러(약 540만원)의 세액공제도 9월 말 폐지된다.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해온 현대차그룹은 전략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약 12만대의 전기차를 판매, 테슬라에 이어 전기차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했다. 해당 물량에 대당 7500달러의 세제 혜택을 적용하면 현대차그룹이 받는 연간 보조금 규모는 약 9억 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오는 10월부터 보조금이 폐지되고 전기차 판매가 줄면서 하반기 실적 전망에 먹구름이 꼈다. 현대차·기아의 올해 상반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4만4533대로 전년 동기 대비 28% 감소했다. 25%에 달하는 관세도 여전히 부담이다.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가격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포드, 토요타 등 경쟁사들이 판매 가격을 인상하면서 가격 인상 압력도 커지고 있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따라 판매량이 결정되기 때문에 전체 매출 감소는 불가피하다"며 "내연기관차로 물량이 전환될 가능성도 있어 전체 판매 대수가 크게 줄지 않는다면 영향은 적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25%의 상호 관세가 회사 전체 수익에는 더 부정적"이라고 덧붙였다.
미국 내 전기차 판매가 감소할 경우 완성차의 후방산업인 타이어 업계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고수익 제품으로 분류돼 판매 둔화 시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진=로이터

완성차의 후방산업인 타이어 업계도 타격이 예상된다. 북미는 국내 타이어 3사 매출의 20~30%를 차지하는 핵심 시장이다. 전기차용 타이어는 판매 단가가 높아 고수익 제품으로 분류되며 수요가 줄면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기차 신차용 타이어 판매 감소는 교체용 타이어 매출에도 영향을 미친다. 타이어는 차량 출고 당시 장착된 제품으로 교체하는 경우가 많아, 신차용 타이어 출고가 줄면 교체 수요도 함께 감소한다. 전기차 타이어는 교체 주기가 2~3년으로 짧아 교체용 타이어가 전체 실적에 기여하는 비중도 적지 않다.

타이어 3사는 판매 전략을 수정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타이어 '이노뷔'를 올해부터 내연기관차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넥센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는 대신 기존 제품의 성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전기차 전용 브랜드 '아이온' 판매를 유지하면서 미국 외 시장을 공략한다. 아이온은 전기차 보급률이 높은 유럽에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유럽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2027년까지 헝가리 공장 증설을 완료할 계획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유럽은 소비자들의 제품 관여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면서 꾸준히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차 비중이 높은 중국에서도 현지 로컬 브랜드들과 협업해 신차용 타이어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