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왼쪽)이 8일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솔루션인 CDU(냉각수 분배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인프라 투자와 제품 개발, R&D 투자를 통해 2030년까지 냉난방공조(HVAC) 매출 20조원 달성하겠다"

8일 서울 강서구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재성 ES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이같이 말하며 "올해 데이터센터향 냉각 솔루션 수주를 지난해 대비 3배 이상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찾은 LG사이언스파크 W5동 지하는 LG전자의 HVAC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작동되고 있었다. 자체 개발한 칠러(냉동기), BMS(빌딩 관리 시스템) 등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면서 쾌적한 건물 환경이 조성됐다.

가장 먼저 찾은 곳은 BMS 관제실이다. AI 기반의 스마트 빌딩 솔루션인 LG비콘클라우드 플랫폼이 적용됐다. 다양한 HVAC 제품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건물 내 온도와 전력 사용량을 분석해 자동 제어해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줄인다. AI로 고장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예측할 수 있다. 이승섭 ES엔지니어링담당 책임은 "시스템을 통해 건물의 에너지 사용량, 보안 상황 등을 제어할 수 있다"며 "총 120명의 운영진이 밤낮 교대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음으로 발걸음을 옮긴 곳은 터미널 유닛(ATU)과 바닥공도현장이다. ATU는 칠러와 공기조화기(AHU)를 통해 냉각된 공기의 양과 온도를 공간 특성과 환경에 따라 정밀하게 조절한다. 회의실, 실험실 등 다양한 공간에 맞춰 바람의 세기를 자동 조절하고, 불필요한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메인 기계실에는 HVAC의 생명줄로 불리는 칠러가 설치됐다. 터보 칠러·스크류 칠러·흡수식 칠러 등 3가지 유형의 제품 8대가 배치됐다. 칠러는 내부 냉매가 '압축-응축-팽창-증발'의 4단계 냉동 사이클을 거치면서 물을 차갑게 만든다. 생성된 차가운 물은 건물 내부를 순환하며 열 교환기를 통해 시원한 공기를 공급한다.

가장 눈에 띄는 제품은 단연 터보 칠러다. 고성능 터보 압축기를 사용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한 제품으로, 중대형 빌딩·상업 시설·산업 시설 등 대규모 공간에 적합하다. 해당 공간에 설치된 제품의 경우 칠러 한 대당 18평형 스탠드에어컨 400대 정도의 냉방 능력을 지녔다.

엔비디아 공급망 참여 노력…OSO와도 시너지 창출 기대

이 부사장이 HVAC(냉난방공조) 사업 전략방향과 AI 데이터센터향 솔루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는 엔비디아 공급망 진입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부사장은 "엔비디아 공급망에 들어서기 위해 인증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칩을 만드는 업체, 서버를 만드는 업체들을 공략하고자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들과도 기술 협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노르웨이 프리미엄 온수 솔루션 기업 오소(OSO)를 인수하고, 유럽 HVAC 포트폴리오 다각화에 나섰다. 이 부사장은 "OSO 온수기에 LG전자의 히트펌프를 적용하면 전력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며 "양사 기술이 결합하면 경제적인 프리미엄 제품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칠러의 경우 데이터센터와 대형건물 등 B2B(기업 간 거래) 영역에서 성장을 이어간다. 2년 내 칠러 부문 매출 1조원을 목표한다. 이 부사장은 "B2B 구독은 생소하겠지만, 칠러도 구독제가 있다"며 "별도의 유지 및 보수 개념을 적용한 서비스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센터 산업 특성상 고장을 예방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유지·보수 영역이 중대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업체에 대해선 경계하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배정현 SAC사업부장 전무는 "중국의 사업 규모가 큰 것은 맞지만, HVAC 사업은 제품뿐만 아니라 설계·설치·유지·보수 역량이 필요하다"며 "중국 제조사들은 아직 해당 부분에서 약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LG전자는 전 세계에 12개의 생산지를 운영하는 동시에 현지화된 엔지니어링 조직, 자회사 하이엠을 통한 유지보수·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췄다"고 했다.

인도에 HVAC 제품 개발 전담 조직을 연내 신설하는 것에 관해 이 부사장은 "창업에 버금가는 개발실을 현지에 만들어 동남아 거점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인도와 중국의 인적·물적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는 "다양한 전략을 발판 삼아 시장보다 2배 빠른 압축 성장을 만들어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