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적 독자 시점' 스틸 컷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높은 인기 탓일까. 작품이 나올 때마다 가시방석이다. 오는 23일 개봉 예정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을 통해 스크린에 정식 데뷔하는 블랙핑크 지수의 이야기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10년 이상 연재된 소설이 완결된 날 소설 속 세계가 현실이 되어 버리고, 유일한 독자였던 김독자(안효섭 분)가 소설의 주인공 유중혁(이민호 분)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과정을 그린 영화. 지수는 '전지적 독자 시점'에서 유중혁을 사부라 부르며 따르는 고등학생 이지혜를 연기했다. 특별 출연이 아닌 정식 배역으로 보면 이번 영화는 지수의 스크린 데뷔작이다.

지수가 연기한 이지혜는 이순신 장군을 배후성으로 둔 인물로 각자도생만이 가장 간단하고 공평한 길이라 믿는 냉정한 캐릭터다. 이지혜의 캐릭터에 대해서는 원작 팬들을 중심으로 이견이 존재한다. 2018년 연재 이후 현재까지 누적 조회수 2억 뷰 이상을 기록한 싱숑 작가의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2시간짜리 극 영화가 되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각색이 불가피했다. 특히 영화 속 이지혜의 캐릭터는 칼이 아닌 총을 무기로 사용하는 등 원작과 다른 설정 때문에 아쉬움의 소리가 올라오고 있는데, 하필 이처럼 논란의 캐릭터를 지수가 맡았다는 자체만으로도 많은 이목이 쏠리고 있다.


2016년 블랙핑크 멤버로 데뷔한 지수는 2021년 드라마 '설강화: snow drop'을 통해 배우로 데뷔했다. JTBC에서 방송된 '설강화: snow drop'는 1987년 군부 독재 시기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로, 지수는 여주인공 은영로 역을 맡아 톱스타 정해인과 호흡을 맞췄다. 화려한 데뷔였다. '설강화: snow drop'은 'SKY 캐슬' 극본을 쓴 유현미 작가가 대본을 쓴 기대작이었고,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K팝 아이돌 그룹 멤버와 정해인의 멜로 호흡에도 큰 관심이 쏠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했던가. '설강화: snow drop'은 방송 초반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려 기대 이하의 성적을 냈다. 그뿐만 아니라 지수의 연기에 대해서도 혹평이 나왔다. 드라마를 본 일부 시청자들은 지수의 부정확한 발음을 지적하거나, 다소 과장된 듯한 연기 톤이 부담스럽고 어색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데뷔작에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든 지수는 이후에도 꾸준히 연기에 도전했다. 좋은 평을 받은 작품도 있었다. 2023년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에서 그는 선녀님으로 깜짝 출연했는데 눈부신 미모로 배역에 알맞은 존재감을 발휘, 호평을 받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올해 2월 쿠팡플레이 '뉴토피아'에서는 또다시 엇갈린 반응이 나오기 시작하며 연기력 논란의 불씨가 되살아났다. '뉴토피아'에서 박정민과 호흡을 맞춘 지수는 극 중 당찬 곰신 여자친구 영주를 연기했는데 '설강화: snow drop' 때처럼 발성이나 발음, 목소리 톤, 감정 표현 등에 대해 아쉽다는 평이 있었다.


지수는 몇 개월 만에 영화 데뷔작으로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비중은 크지 않지만, 블랙핑크의 멤버라는 오라 때문에 더 많은 주목을 받고, 그 덕에 연기력에 대해서도 세세한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다. 그러나 이 같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돋보이는 외모을 갖춘 데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덤을 거느린 그는 여전히 배우로서 매력적인 선택지다.

김병우 감독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 "원작상에서 굉장히 길게 큰 비중으로 존재하는 인물인데 이 인물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등장 타이밍을 당길 없으니, 대중분들이 많이 알아봐 주는 배우분이 해줄 수 있다면 존재감이 좀 더 부각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그것만으로도 아주 잘 된 캐스팅이라 생각한다, 지수님이 아니었다면 그냥 모르고 넘어갔을 것 같다"고 캐스팅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