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북현대가 무섭게 질주하고 있다. 3월부터 19경기 동안 14승 5무, 무패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뉴스1) 임성일 스포츠전문기자 = 올 시즌 전북현대의 질주가 심상치 않다. '봉동이장', '강희대제'로 불리던 명장 최강희 감독과 함께 리그를 지배하던 시절을 연상케 하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강등 직전까지 갔던 팀이 맞나 싶을 정도의 대반전이다.

꽃 피는 봄에 시작된 무패 행진이 한여름을 관통하는 7월 말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전북은 3월16일 열린 5라운드 포항스틸러스전 무승부 이후 23일 강원과의 23라운드 홈경기 2-0 승리까지 19경기(14승5무) 동안 지지 않고 있다.


15승6무2패 승점 51점의 전북은 2위 대전하나시티즌(10승9무4패 승점 39)에 12점이나 앞선 단독 선두를 질주 중이다. 시쳇말로 '역대급' 행보인데, 2025년 전북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는 팀은 K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을 정도다.

전북은 23일 강원과의 홈 경기에서 2-0으로 승리, 최근 3연승과 함께 19경기 무패 행진을 이어갔다. 이날 전주월드컵경기장에는 평일 폭염 속에서도 1만3795명의 관중이 입장했고 전북은 시즌 홈 누적 관중 20만8600명을 기록, 구단 역대 최단 기간 20만명 관중 돌파라는 의미 있는 이정표도 함께 세웠다.

개막 후 초반 5경기를 1승2무2패로 출발했을 때만해도 전북의 여름 성적이 이 정도일 것이라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후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다. 그때 2패가 지금껏 그대로다.



개막 후 출발을 1승2무2패로 시작했는데 7월 막바지로 향할 때까지 패배 숫자가 그대로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EPL 출신 거스 포옛 감독의 색깔이 녹아들고 지도자에 대한 선수들의 신뢰가 높아지면서 팀 분위기가 달라졌다. 소위 '미친 선수'급으로 치솟은 전진우를 비롯해 김진규, 강상윤, 송민규, 박진섭, 홍정호, 송범근 등 신구 조화가 빛났고 콤파뇨, 티아고 외국인 선수들이 기대한 몫을 하더니 이승우, 권창훈 백업 멤버까지 알토란 활약을 펼치며 무적의 팀으로 거듭났다.

6월17일 수원FC전과 7월19일 포항스틸러스전처럼 2골을 먼저 내주고 끌려가다 뒤늦게 3골을 넣고 3-2 역전승을 거둔 믿을 수 없는 경기도 2번이나 나왔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는 팀이 됐다.

19경기 무패는 1983년 시작된 K리그 역사를 통틀어 공동 5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오는 26일 광주와 원정경기에서도 패하지 않는다면 단독 5위가 된다. 지금껏 2025년 전북보다 '연속 무패'에서 앞선 팀은 딱 4팀뿐인데, 대부분이 과거의 전북현대다.

이 부문 통산 4위는 1991년의 대우 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 전신)가 보유한 21경기 연속 무패다. 하지만 당시 K리그는 6개 팀 체제였기에 지금과 동등 비교는 어렵다. 3위부터는 2000년대 이후 '왕조'를 구축한 전북현대다.


2025년의 전북이 과거 최강희 감독과 함께 리그를 지배했던 그때 전북현대의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2014년부터 2015년까지 22경기 무패를 기록한 전북현대가 3위에 올라 있다. 2위는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3경기 동안 지는 법을 잊어버렸던 전북현대다. 2009년 창단 후 첫 우승을 차지한 뒤 두 번째 우승(2011년)과 3번째 우승(2014년)을 차지했을 때 작성한 발자취다.

최다 연속 무패는 무려 33경기 동안 지지 않았던 2016년의 전북이다. 이동국, 로페즈, 레오나르도, 김신욱, 이재성, 김보경, 이종호, 한교원 등 그야말로 자비 없는 '닥공'(닥치고 공격한다는 뜻)으로 상대를 제압할 때다.

그해 전북은 20승16무2패라는 놀라운 성적을 남겼다. 앞서 2013년에 벌어진 불미스러운 사건에 대한 뒤늦은 징계로 승점 9점이 삭감됐음에도 최종 2위를 차지했으니 무시무시했던 시절이다.

2016년 전북에 비해 현재 전북 스쿼드가 확 도드라지지는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더 놀라운 행보다. 특정 선수의 영향력이 엄청난 팀이 아니기에 상대 입장에서는 또 괴롭다. 최근 2년 동안 자존심이 바닥까지 떨어졌던 전북이 2025년 역사에 남을 발자국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