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김정한 기자 = 중국의 '개혁'이 사실은 '통제 속의 진화'였다는 분석을 담은 책이 출간됐다. 저자는 홍콩 대학교 인문학 석좌 교수 프랑크 디쾨터다. 그는 마오쩌둥 사망 이후 중국이 민주화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기대와 다른 행보 속에서 경제 성장을 진행해 온 과정을 파헤친다.
이 책은 덩샤오핑의 '사회주의식 현대화'부터 시진핑 시대의 '감시 국가'에 이르기까지, 50년에 걸친 중국의 변화를 면밀히 추적한다.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어떻게 권력을 더욱 정교하게 재편하고 경제 성장을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했는지 전한다.
저자는 1978년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이 '기적의 나라'로 부상했지만, 그 이면에는 이중 가격제, 관료-기업 유착, 뇌물 등 '회색지대'가 존재했음을 지적한다. 또한 '사회주의적 시장경제'는 진정한 시장 원리가 아닌 계획 경제의 골격 위에 세운 통제된 성장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그는 1989년 톈안먼 사태는 중국 민주화의 꿈을 봉인했다고 말한다. 이후 중국은 경제 성장에만 몰두하며 물질적 이익과 정치적 침묵을 맞바꾸는 '거래'를 체제의 기본 원리로 삼았다고 설명한다.
1997년 홍콩 반환과 2001년 WTO 가입은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전략적 이중성'으로 규정한다. 외형적 개방에도 정치적 자유는 철저히 차단됐고, 부채 위에 세워진 고성장의 실체가 드러났다는 것이다.
저자는 "정치적 자유 없는 경제는 허상"이라며 중국의 성장이 민주주의를 포기하고 경제 기회를 전략적으로 운용한 결과라고 강조한다. 또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은 감시와 통제가 제도화된 새로운 전체주의로 진화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중국은 과연 '진짜'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중국의 '개혁'이라는 단어가 숨긴 진실을 마주할 기회다.
△ 마오 이후의 중국/ 프랑크 디쾨터 글/ 고기탁 옮김/ 열린책들/ 3만 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