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서울 서초구 방배신삼호아파트 재건축 사업이 조합 내분에 시공사 선정마저 무산되며 표류 위기에 놓였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만큼 '정비구역 일몰제'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연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여 사업 자체의 무산 우려가 제기된다.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수의계약이 부결된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장에 정비구역 일몰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비구역 일몰제는 장기간 사업 진척이 없는 사업지를 정비구역에서 해제하는 조치로 주민 갈등과 사업성 저하를 방지하기 위해 2012년 도입된 규제책이다.
해당 조치는 조합설립인가 이후 3년 이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지 않은 사업장에 적용되며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하다. 방배신삼호 재건축은 2019년 조합 설립 후 3년 동안 사업시행계획인가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정비구역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 2022년 일몰제 적용 기한 연장을 신청해 사업을 이어왔지만 올해로 유예 기간이 만료된다.
해당 사업장은 이미 2년간 일몰제 유예를 받은 상태다. 서울시에 따르면 원칙적으로 추가 연장은 어렵다. 서울시 관계자는 "현행 도시정비법상 정해진 일몰제 기한이 도래한 것은 맞다"면서도 "재건축의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정비구역이 해제될 경우 그동안 투입된 사업비가 조합원 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해제 여부에 대한 종합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몰제 적용 시 정비계획에 따른 용도지역 변경이나 용적률·건폐율 완화 등의 혜택은 모두 무효화되며 재정비촉진지구 지정 단계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 사실상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간다. 사업 향방과 관련해 방배신삼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최근 총회 결과를 정리하고 있으며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HDC현산 수의계약 안 조합원 반대에 부결
![]() |
업계에서는 방배신삼호 재건축 사업이 조합 내홍으로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한다. 조합은 최근 한 달간 조합장 해임, 직무대행 체제, 직무대행 교체 등 많은 혼란을 겪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조합 운영의 불투명성, 경쟁입찰이 성사되지 않은 점 등을 문제 삼고 있다. 지난 26일 열린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도 수의계약에 대한 거부감이 조합 내부에 확산하며 우선협상대상자였던 HDC현대산업개발이 끝내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장 직무대행의 대행 체제에서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가 다시 나올지 조합장 선거를 먼저 진행할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일정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입찰 공고를 새로 내더라도 시공사 확정까지 두세 달은 걸릴 것으로 보여 올해 안에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시공사 선정이 신속히 이뤄지고 곧바로 행정 절차에 들어간다면 사업이 다시 정상화될 여지도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총 공사비 5800억원 규모의 방배신삼호 재건축은 서울 서초구 방배동 일대에 지하 5층~지상 41층, 6개동, 920가구 규모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앞서 조합은 두 차례 시공사 선정 경쟁입찰 유찰 이후 지난 5월 수의계약으로 전환해 HDC현대산업개발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인근 단지보다 약 130만원 낮은 3.3㎡(평)당 876만원의 공사비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 2년 유예 등 파격적 조건을 제시했다. 정경구 HDC현대산업개발 대표도 지난 19일 조합원을 대상으로 연 홍보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인허가부터 시공, 준공 후 사후관리까지 전 과정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며 사업 의지를 드러냈으나 최종 수주에는 실패했다.
업계는 재입찰 시 수주를 추진해온 HDC현대산업개발이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회사 측은 수주 계획을 신중히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단지 규모가 크지 않고 시공사 입찰이 지속적으로 유찰돼 수의계약으로 바뀐 현장에서 경쟁입찰을 고수한다면 사업 추진이 어려울 것"이라며 "수의계약 시공사의 시공 조건이 공개된 상황에서 다른 시공사가 더 좋은 조건으로 사업에 참여할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