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생방송 중 성기 노출이라는 초유의 방송 사고가 발생한 지 어느새 20년이 지났다.
지난 2005년 7월 30일, MBC '생방송 음악캠프'에서는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초대형 방송사고가 터졌다. 생방송 무대에서 인디 밴드 멤버 2명이 갑자기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했다. 인디 밴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던 때 불거진 이 사건 탓에, 한국 인디 밴드신 전체에 부정적인 인식이 새겨졌다.
사건의 시작은 선의였다. MBC는 새로운 인디가수의 발굴을 위해 '생방송 음악캠프'에 '이 노래 좋은가요'라는 코너를 만들고 인디 가수들의 무대를 소개했다. 이에 가수 이승열과 캐스커가 이 무대에 올라 많은 이들에게 자신들의 음악을 선보였다.
세 번째 순서로 해당 무대에 올랐던 럭스는 자신들만으로는 허전해 보일 것이라고 여겨 친한 인디 밴드들에 함께 공연할 것을 제안했다. 럭스와 함께 무대에 선 카우치와 스파이키 브랫츠의 멤버들이 문제가 됐다.
카우치 신 모 씨와 스파이키 브랫츠 오 모 씨가 갑자기 바지를 벗고 성기를 노출했다. 두 사람의 행동은 생중계됐고, 카메라는 재빨리 관객석으로 앵글을 돌렸지만 이미 전국의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뜨린 후였다.
신 씨와 오 씨는 "음악을 알리고 재밌게 놀아보자는 생각에 범죄를 저질렀다"라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음주나 약물을 복용한 상태는 아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두 사람은 공연음란죄와 업무방해죄로 구속기소 됐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사건으로 인해 지상파 방송 3사의 생방송 시스템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동시 방송이 기준이었던 생방송은 실제보다 5~10초, 혹은 5분가량 '딜레이 송출'되는 것으로 변경됐다.
또한 해당 사건으로 인해 인디 밴드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시선이 커지면서 일각에서는 한국 인디 음악을 10년 전으로 퇴보하게 만들었다는 평가가 등장하기도 했다.
사건의 중심이기도 했던 밴드 럭스의 리더 원종희는 사고 19년 만인 지난해 유튜브를 통해 다시 한번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원 씨는 "당시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해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라며 "앞으로도 평생 제 잘못에 대해 계속해서 뉘우치며 살아가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