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철 KT 위즈 감독. /뉴스1 DB ⓒ News1 김기남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프로야구 KT 위즈에 비상이 걸렸다. 팀 최대 강점이던 마운드가 흔들리자 팀 전체가 휘청이는 상황이다.

KT는 지난주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1무 5패를 기록했다.


LG 트윈스와의 주중 3연전에서 스윕패를 했고, 이어진 NC 다이노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1무2패에 그쳐 연패를 끊지 못했다.

한때 롯데 자이언츠의 3위 자리까지 위협했던 KT는 급격한 부진에 NC에 공동 6위까지 허용했다.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은 마운드 붕괴다. KT는 지난 몇 년간 '투수 왕국'으로 불릴 정도로 안정적인 투수진을 뽐냈는데, 최근엔 그런 위용이 사라졌다.


지난주에 치른 6경기에서 KT가 내준 실점은 44점에 달했다. 가장 마지막 경기였던 3일 NC전에서 단 1점만 내줬음에도 6경기 평균 7점 이상 실점했고, 7월31일 LG트윈스전에선 올 시즌 리그 최다 18실점으로 무너지기도 했다.

단기간의 부진으로 보기도 어렵다. KT는 7월 이후 치른 24경기 팀 평균자책점이 5.10으로 최약체 키움 히어로즈(6.15)에 이은 끝에서 두 번째다.

7월 이전까지는 3.61(3위), 7월 이후의 부진을 더해도 3.94(4위)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근의 불안한 마운드를 체감할 수 있다.

부상 이탈한 KT 위즈 선발투수 오원석. /뉴스1 DB ⓒ News1 김기남 기자

일단 선발부터 흔들리고 있다. KT는 고영표, 소형준, 오원석, 배제성 등 준수한 국내 선발투수만 4명을 보유한 팀이다. 여기에 외인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가 버티고 있어 새롭게 영입한 패트릭 머피를 불펜투수로 기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배제성과 오원석이 잇따라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균열이 발생했다. 거기다 고영표는 장인상을 당해 불가피하게 자리를 비우면서 순식간에 선발 세 자리 공백이 생겼다.

경조사를 마친 고영표는 돌아왔지만, 배제성과 오원석의 복귀 시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이뿐이 아니다. 2년 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올해가 선발 복귀 첫 시즌으로 이닝 제한이 걸려 있다. 현재까지 115⅓이닝을 던졌기 때문에 조만간 불펜으로 보직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새 외인 패트릭도 올 시즌 불펜투수로 뛴 시간이 길어 80구 이상의 공을 던지기 위한 준비 과정을 진행 중이다.

결국 고영표와 헤이수스 등 두 명만 정상 가동이 가능하기에, 여러모로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불펜도 문제다. 시즌 전 오원석을 영입하기 위해 필승조 투수였던 김민을 내주면서 뒷문이 헐거워졌다. 김민수와 이상동, 손동현, 원상현 등으로 필승조를 꾸렸지만 안정감을 주지는 못했다.

결국 이 과부하는 마무리 박영현에게 갈 수밖에 없었다. 8회 조기 등판 등 멀티이닝과 연투가 많았던 박영현은 후반기 6경기 평균자책점이 10.13에 달하는 등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2일 NC전에서도 6-6 동점이 되자 9회부터 마운드에 올랐고,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은 뒤 11회에도 등판을 이어가다 결국 끝내기 안타를 맞고 패전투수가 되기도 했다.

KT 위즈 안현민.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KT로선 현재의 흐름이 매우 아쉽다. 초반에 마운드가 탄탄할 때 다소 아쉬웠던 타선이 최근엔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안현민의 감각이 절정에 올라있다. 전반기 혜성처럼 등장한 안현민은 후반기엔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에도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후반기 15경기에서 0.396의 타율에 2홈런 8타점으로 전반기 타율(0.356)을 상회한다.

최근엔 규정타석을 채우면서 타율(0.364), 출루율(0.474), 장타율(0.640) 등 3개 부문 리그 1위에 올라 동기부여도 커졌다.

하지만 안현민이 아무리 맹타를 휘두른다 한들, 마운드가 붕괴된 상황에서 홀로 승리를 이끌 수는 없다.

결국 마운드를 비롯해 팀 전체 경기력이 어느 정도 받쳐줄 때 안현민의 '괴력'도 더 빛을 볼 수 있다.

다만 부상자가 속출한 현재 시점에선 당분간은 '버티기' 모드로 나설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영표, 헤이수스가 등판하는 경기에선 반드시 승리해야만 장기 연패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