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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품목에 1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미 수출 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최근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한국산 반도체 제품에 대한 '최혜국 대우'을 약속받긴 했지만 관세를 면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핵심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이 흔들릴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애플의 신규 대미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반도체에 10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단 "미국에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설하거나 건설할 것을 확약한 기업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며 예외 조건을 달았다.
구체적인 관세 부과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업계에선 다음주 중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한국의 최대 수출 효자품목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 수출은 1419억달러로 전체 수출액(6838억달러)의 20.8%를 차지했다. 대미 수출액은 106억8000만달러로 전체 대미 수출 품목 중 자동차와 일반기계에 이어 3위에 해당한다.
한국은 그동안 '0%'의 반도체 관세를 바탕으로 파이를 키워왔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관세 부과 언급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커진다. 최근 미국이 한국의 반도체에 대해 '최혜국 대우'를 약속했으나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나쁜 대우를 하지 않겠다는 의미여서 적어도 15% 수준의 관세가 부과될 것이란 게 업계의 중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제품에는 관세를 면제하겠다고 했지만 현재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에 보유한 공장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팹(생산시설)이다. SK하이닉스는 인디애나주에 HBM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지만 아직 착공 전이며 본격적인 가동 시기는 2028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사 모두 현재 D램, 낸드플래시, HBM 같은 주요 메모리 반도체 품목은 한국과 중국 등 미국 외 지역에서 생산하고 있는 만큼 관세 사정권을 벗어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업계 3위인 미국 마이크론은 자국내 생산 비중을 늘리기 위해 뉴욕주와 아이다호주에 1500억달러를 투자, 메모리 반도체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유리한 조건이 형성되는만큼 마이크론이 이번 관세부과의 최대 수혜를 입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는 자국 기업을 우선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목표와도 맞아 떨어진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입장에선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 수성을 위해 미국내 추가 투자를 단행할 가능성이 커졌다.
업계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100% 관세 부과 언급이 곧바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려는 목적보다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추가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도인 것으로 해석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수요의 약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바로 관세를 부과하면 AI 인프라 구축 비용 급증에 따른 인프라 확충 속도 둔화로 미국 경제 성장을 이끌고 있는 AI 투자 붐이 약해져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상당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따라서 고율의 관세로 위협해 투자 약속을 이끌어내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목표"라며 "반도체 기업들이 미국 투자 계획을 잇따라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