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천NCC가 공동 대주주 DL의 자금 지원 거부로 부도 위기에 처한 가운데 한화그룹이 1500억원 추가 대여를 승인했다. 사진은 여수산단 전경. /사진=뉴스1

여천NCC가 공동 대주주 DL의 자금 지원 거부로 부도 위기에 몰렸다. 여천NCC의 50% 지분을 보유한 DL은 추가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 신청을 주장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이 지난 7월 말 이사회에서 여천NCC에 대한 1500억원 규모의 추가 자금 대여를 승인한 것과 대비된다.

합작 이후 25년간 4조4000억원에 이르는 누적 배당금 가운데 절반인 2조2000억원을 벌어들인 DL이 1500억원의 자금 지원을 거부하고 워크아웃을 강행하려 하고 있어 주목된다. 관련 업계는 DL그룹과 이해욱 회장의 무책임함에 대해 '모럴 해저드'라는 비난이 제기한다.


합작계약에 따라 증자 또는 자금 대여는 한쪽 주주 단독으로 불가능하며 여천NCC 이사회 승인이 필수적이다. 현재 여천NCC 이사는 총 6명으로 한화와 DL이 각각 3명씩 지명하고 있다. 결국 DL 측 반대로 인해 한화 단독으로 1500억원의 자금 대여조차 불가능한 상황이다. DL이 계속 자금 지원을 거부하면 8월 21일 디폴트(채무불이행·부도)가 불가피하다.

악화된 석유화학 시장 환경에서 여천NCC의 워크아웃 신청은 업계 동반 부실은 물론 국내 경제 상황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한화그룹은 여천NCC의 대주주인 한화솔루션 또한 석유화학 실적 부진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신규 자금을 지원하고 생산량 감축 등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여천NCC를 회생시키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정도경영과 책임경영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DL그룹은 여천NCC 회생보다는 사실상 고의 부도를 내기 위해 워크아웃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까지 나서 DL 측을 설득하고 있지만 DL은 사실상 거부하고 있다.

7월 말 여천NCC 주주사 관계자들이 모여 여천NCC 위기 극복을 위한 긴급 회의를 열었다. 특히 이 자리에는 DL그룹 이해욱 회장이 직접 참석해 여천NCC는 회생 가능성이 없으므로 워크아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이해욱 회장은 여천NCC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며 추가 자금 지원에 적극 반대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내가 만든 회사지만 신뢰가 안 간다"며 DL그룹은 여천NCC와 원료공급 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빠져도 답이 없는 회사에 돈을 꽂아 넣을 수는 없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대해 한화 측 관계자는 정도경영과 책임경영을 강조하며 회생을 적극 주장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주사가 지원을 하지 않으면 여천NCC는 당장 디폴트에 빠지지만 지금이라도 자구책을 실행한다면 속도는 느릴 수는 있으나 개선 여지가 충분하고 적자를 탈피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화 측은 주주사들이 각각 1500억원씩 자금을 지원하고 산업은행 외화 보증 재개 및 자산 유동화 담보대출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8월 디폴트 위험을 피하고 연말까지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이외에 여천NCC 공장 가동 정지로 연간 약 900억원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고 DL의 반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원료 다변화를 통한 원가경쟁력 개선 등 추가 자구책 마련안도 제시했으나 DL 측은 완강히 반대하며 워크아웃을 고집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천NCC는 1999년 4월 한화그룹과 DL그룹이 설립한 합작법인이다. 한화솔루션(옛 한화석유화학)과 DL케미칼(옛 대림산업)이 지분 50%씩을 보유하고 있다. 양사는 외환위기(IMF) 여파로 석유화학업계가 통폐합과 대형화에 집중하던 시기 각자의 NCC를 통합·운영하기로 했다.

여천NCC는 국내 에틸렌 생산능력 3위 기업으로 업황 사이클에 따라 연간 3000억원에서 1조원대의 이익을 내던 알짜 회사였다. 그러나 2020년대부터 본격화한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2022년 3477억원, 2023년 2402억원, 2024년 23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올해 3월 주주사 간 협의를 통해 각 1000억원씩 출자하여 2000억원 규모로 증자했으나, 누적 손실로 인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3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