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기기 슈퍼사이클(초호황기)에 올라탄 효성중공업이 글로벌 현장에서 입지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북미·유럽 해외 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면서 연간 실적 및 재무안정성 모두 긍정적일 거란 평가다. AI 데이터센터발 전력 수요가 이어지는 만큼 회사도 향후 생산 능력과 기술 역량을 지속해서 강화해 경쟁력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은 최근 열린 제62회 무역의날 기념식에서 '10억달러 수출의 탑'을 수상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의 수출액을 집계한 결과 전년 동기보다 25% 이상 증가한 10억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결과다.
경영실적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3분기 매출 1조6241억원, 영업이익 2198억원, 영업이익률 15.5%를 각각 내며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지난해까지 계속 한 자릿수에 머물던 영업이익률이 10%대에 안착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란 평가다. 영업이익률은 본업의 수익 창출력과 기업의 체질 개선 여부를 판가름하는 기준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단 분석이다.
재무지표 개선세 역시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부채비율이 2021년 287.9%에서 올 3분기 말 198.8%로 크게 개선됐다.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한신평은 근래 효성중공업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 안정적'에서 'A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기업신용등급을 'A 긍정적'으로 신규 부여했다. 두 지표 모두 회사의 재무안정성과 신용도가 개선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글로벌 전력기기 시장 호황으로 중공업 부문 외형이 크게 성장한 게 성과로 이어졌다. 중공업 매출액은 2021년 약 1조8000억원에서 올 3분기 누적 기준 약 2조9000억원까지 늘었다. 전 세계 80여 개국에 전력기기를 수출 중인 효성중공업은 미국·유럽 등에서 현지화 전력을 바탕으로 고객 맞춤형 전력 설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들 지역은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노후기기 교체 수요,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등으로 전력기기 업황 호조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현지 최대 송전망 운영사로부터 ▲765kV 초고압변압기·리액터 29대 ▲800kV 초고압차단기 24대 등 8~9월에만 2000억원이 넘는 초고압 전력기기를 수주했다. 미국 매출 비중이 20%를 상회하는 가운데 생산 능력도 계속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국 테네시주의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에 1억5700만달러(약 2300억원)을 투자해 2028년까지 초고압변압기 생산 능력을 50% 이상 확대키로 했다. 해당 증설로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은 미국 내 최대 규모의 생산력을 보유하게 됐다.
유럽에서는 2010년 처음 진출한 이후 다양한 국가에 초고압 전력기기를 공급하고 있다. 올해 영국 스코틀랜드 송전기업 '스코티쉬 파워'와 850억원 규모 초고압변압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독일 송전업체와 국내 전력기기 업체 최초로 전력기기 장기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다. 얼마 전엔 기술 신뢰성과 품질 확보를 위해 네덜란드 아른험 지역에 유럽 R&D센터를 개소하기도 했다.
앞으로도 회사는 미국·유럽에서 존재감을 키워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실제로 높은 해외 수주 비중(약 80%)을 바탕으로 올 3분기 말 13조8537억원의 견조한 수주고를 보유하고 있으며, 향후 전력기기 시장 확대에 따라 신규 수주 확대가 예상된다. 올 영업익 역시 전년 대비 84% 오른 6692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가 본격화돼 시장이 매우 우호적인 상황"이라며 "기존의 유럽 강자들도 물량을 모두 소화하기 어려운 수준의 수요가 형성되고 있어 성장 기회가 더 커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2030년까지 상당 물량의 수주가 확보된 상황으로, 국내외에서 전반적인 생산능력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며 "수주고 증가와 생산능력(CAPA) 확충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도 실적 성장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