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귀포=뉴스1) 권혁준 기자 = '조건부 시드' 설움을 딛고 '고지우 동생'이라는 꼬리표까지 뗀 값진 첫 우승. 고지원(21)이 고향에서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일궜다.
고지원은 10일 제주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 앤 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총상금 10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3언더파를 추가, 최종합계 21언더파 267타를 기록했다.
2위 노승희(24·19언더파 269타)를 2타 차로 따돌린 고지원은 생애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우승이었다. 2023년부터 정규투어에서 뛴 고지원은 그간 이렇다 할 활약이 없었다. 지난해까지 2시즌 간 '톱10'이 한 번도 없었다.
급기야 지난 시즌이 끝난 뒤엔 시드전에서 탈락해 정규투어 '풀시드'도 잃었다. 대회마다 상황에 따라 출전할 수 있는 '조건부 시드'로 드림투어(2부)와 병행해야 했다.
고지원으로선 큰 위기였는데, 오히려 기회로 삼았다. 시즌 전 체중을 불리고 비거리를 늘리며 변화를 꾀했고, 얼마 되지 않는 정규투어에서 기회를 잡아갔다.

6월 MBN 여자오픈에서 공동 10위로 생애 첫 '톱10'을 마크한 고지원은, 지난주 열린 오로라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달리며 우승에 근접했다.
비록 마지막 라운드에서 배소현(32)에게 역전당하며 준우승에 만족했지만, 고지원은 좌절하지 않았다. 개인 최고 성적을 냈을뿐더러 '챔피언조'를 치르며 배운 것이 많았다는 그였다.
그리고 이어진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고지원은 고향에서 기어이 '일'을 냈다. 3라운드까지 사흘 연속 6언더파를 치며 단독 선두에 올라 다시 한번 우승 기회를 잡았다.
노승희, 윤이나(21)와 챔피언조에 묶이는 어려운 승부였지만 고지원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노보기'의 안정적인 경기력을 펼친 끝에 2타 차 우승을 확정했다.
고향 제주도에서 일군 감격의 첫 우승으로 고지원은 2027년까지 시드 걱정 없이 정규투어 대회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고지원은 "원래는 다음 주 드림투어 출전 예정이었는데, 이번 우승으로 대회 출전을 취소했다"며 활짝 웃었다.

'고지우 동생'이라는 꼬리표도 뗐다. 그는 그간 자신의 활약보다는 2살 터울 언니 고지우(23)의 동생으로 더 잘 알려졌다. 언니는 통산 3차례나 우승을 달성하며 '버디 폭격기'라는 애칭까지 얻었지만, 고지원은 좀처럼 두각을 보이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우승으로 KLPGA 역대 최초 단일 시즌 '자매 우승'의 진기록을 쓰며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언니 고지우도 동생의 우승을 누구보다 기뻐했다. 고지우는 "지난주도 이번 주도 조언을 해줬지만, 그것 때문에 잘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지원이가 지금껏 탄탄하게 쌓아온 게 있었고 최근 흐름이 좋아 성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우리 자매가 꿈꿔왔던 그 순간이 현실이 됐다'면서 "동생이 고생한 걸 너무 잘 알기에 눈물이 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생은 멘탈이 워낙 좋다. 내가 기복이 심한 편이라면 동생은 냉정하고 감정이 일정하다"면서 "너무 대견하고 장한 동생"이라고 했다.
고지원 역시 언니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언니한테 고마운 것도, 배울 점도 많다"면서 "언니의 열정적인 마음가짐을 배우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