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뉴스1) 이상철 기자 = "폰세가 수상할 줄 알았는데 제가 받게 돼 깜짝 놀랐다."
KBO리그 7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된 KT 위즈 거포 안현민(22)은 얼떨떨하다면서 활짝 웃었다.
안현민은 12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리는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홈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나 "폰세가 워낙 잘했기 때문에 7월 MVP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그런데 제가 뽑혔다는 얘기를 듣고 많이 놀랐다. 한 번 받기 힘들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안현민은 KBO리그 7월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기자단 투표 총 35표 중 24표(68.6%), 팬 투표 44만 7304표 중 3만 2578표(7.3%)로 총점 37.93점을 받아, 총점 34.35점을 기록한 코디 폰세(한화 이글스)를 제쳤다.
안현민은 7월 한 달간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0.441에 30안타 5홈런 14타점 14득점 장타율 0.706 출루율 0.551로 압도적인 공격력을 과시했다. 장타율과 출루율 부문 1위이며, 타율 2위와 안타 공동 3위에 올라있다.
그는 "각 부문 1위를 차지한 것도 아니고, 다른 후보보다 압도적으로 앞섰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MVP를 받아도 될 성적인가 갸우뚱하기도 했다"면서 "기자단 투표에서 많은 표를 받은 덕분이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안현민은 7월 MVP 수상을 기념해 이날 경기를 앞두고 선수단, 프런트, 야구장 관계자들에게 피자 50판을 선물하기도 했다.

KT 야수가 리그 월간 MVP를 받은 것은 2020시즌 6월 멜 로하스 주니어 이후 약 5년 만이다.
안현민은 "로하스가 '이제부터 네 시간이다. 나는 이제 떠나지만, 네가 더 많은 기록을 세웠으면 좋겠다'라고 축하해줬다"며 "비록 로하스가 팀을 떠났으나 영원한 안녕은 아니다. 다음에 다시 만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 시즌 KBO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안현민은 타율(0.348)과 출루율(0.457) 부문 1위에 올라있다. 장타율(0.603)에도 르윈 디아즈(0.619·삼성 라이온즈)에 이어 2위다.
빼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지만 최근에는 마음고생이 심했다.
그는 99안타로 '아홉수 징크스'에 시달렸고, 10일 삼성 라이온즈에서 8회말 좌익수 방면 안타를 때려 100안타를 채웠다. 17번째 타석 만에 생산한 값진 안타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안)현민이가 아홉수를 겪는 게 신경 쓰였다. LG를 만나기 전에 무안타 행진을 끊어야 했는데 다행히 10일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다. 나도 마음이 편해졌다"고 미소를 지었다.

안현민도 "100번째 안타를 때리기까지 정말 많이 힘들었다. 이렇게 안타를 못 쳤던 것은 프로 무대에 와서 처음이었는데, 뭘 해도 안 됐다"고 어려웠던 시간을 복기했다.
이어 "코치님, 선배들이 좋은 얘기를 해주셔서 편하게 할 수 있었다. '당장 부진해도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는 것도 아니니까 네가 할 수 있는 플레이를 편하게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며 "그 덕분에 100번째 안타를 때릴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홉수 징크스에 대해서는 "99안타를 기록 중이라는 걸 알았다. 컨디션이 나쁘지 않아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한두 경기 지나고 세 번째 경기까지 오니까 너무 신경이 쓰였다. 10일 경기에서도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으면 정말 많이 힘들었을 텐데 다행히 안타를 치고 어제 편하게 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상대 투수의 집중 견제 때문에 고전한 것이냐'는 질문에 안현민은 "아니다"라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상대 투수가 7월에 나와 어렵게 대결했지만, 8월 들어서는 나를 더 쉽게 상대한다고 느꼈다. 내가 쉬운 공도 치지 못하면서 더욱 힘이 들어갔다.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해 잡히는 경우도 없었다. 그냥 내가 자멸했다"며 "상대 투수가 과감하게 던지는 공에 잘 대처하지 못했는데, 이런 부분을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