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과 록히드마틴이 25일(현지시간)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사진 왼쪽부터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마이클 윌리엄슨 록히드마틴 인터내셔널 사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사진=고려아연

한미 정상회담에서 핵심광물이 주요 의제로 다뤄진 가운데 국내 유일 전략광물 생산기업인 고려아연의 공급망 기여도가 주목받는다. 고려아연은 회담을 계기로 안티모니 대미 수출에 이어 게르마늄 공장 신설 추진에 나섰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25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 경제사절단 일원으로 참여해 글로벌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고려아연이 게르마늄을 공급하고, 록히드마틴이 이를 구매하는 오프테이크(Off-take·생산물 우선 확보권) 계약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고려아연이 한미 핵심광물 협력의 '린치핀'(중심축)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는 방증이다.


고려아연은 이와 함께 울산 온산제련소 게르마늄 공장 건립도 추진한다. 약 1400억원을 투자해 내년 착공 및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시설이 완공되면 연간 약 10톤의 고순도 게르마늄 메탈을 생산할 수 있다.

게르마늄은 야간 투시경, 열화상 장비, 인공위성 태양전지판 등 방산과 우주산업에서 활용되는 금속이다. 그러나 2021년 기준 세계 정제 게르마늄 생산량 140톤의 68%가 중국산일 정도로 특정국가 영향력이 큰 게 한계였다. 중국은 2023년 8월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허가제를 시행했고 작년 12월부터는 대미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국방부가 운용하는 8만여 개 무기체계 부품 중 상당수가 중국산 광물에 의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향후 한국산 게르마늄이 미국에 수출되면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한층 증대될 거란 전망이 우세한 이유다.


고려아연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아연·연·동 통합공정을 운영하며 다양한 전략광물을 회수해 왔다. 대표적 품목인 안티모니는 난연성이 뛰어나 탄약, 미사일, 항공우주 분야 솔더 합금 등에 쓰인다. 올해 상반기 안티모니 판매량은 2261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29.9%(520톤) 늘었으며, 판매액도 306억원에서 1614억원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안티모니 수입 물량의 6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고려아연은 지난 6월에 20톤을 선적하며 안티모니 대미 수출을 개시했고 연내 100톤 이상, 내년 240톤 이상으로 미국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용 투명전극과 AI 반도체 소재에 사용되는 인듐도 고려아연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품목이다. 연간 약 150톤의 인듐을 생산하면서 글로벌 수요의 11%가량을 책임져 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2020~2023년 대미 인듐 수출국 1위는 한국으로 같은 기간 미국 수입량의 29%를 차지했다. 미국 인듐 공급망에서 고려아연의 비중이 상당한 셈이다.

원료 확보를 염두에 두고 해외기업에도 투자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6월 미국 나스닥 상장사 더메탈스컴퍼니(TMC)에 약 8500만달러(1165억원)를 투자해 지분 5%가량을 확보했다. TMC는 심해에서 니켈, 코발트, 동(구리), 망간 등을 함유한 망간단괴 채집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 허브'로 도약한 고려아연이 한미 경제안보 파트너십 강화에 일조한다고 본다. 한국이 전략광물 자립생산으로 자원주권을 확립하고, 미국은 탈중국 공급망 안정을 도모하는 데 고려아연의 역할이 크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