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솔 진보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철인 3종, 미성년 꿈나무 선수 성폭행 사건 은폐 및 축소 의혹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8.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철인3종협회가 최근 협회 주최 꿈나무 합숙훈련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유망한 철인3종 선수였던 최숙현이 허망하게 세상을 떠난 지 5주기가 되는 해에 또 이런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철인3종협회 소속 A선수는 지난 1월 협회 주최 꿈나무 동계합숙훈련에서 후배 B선수에게 성폭력을 가하고 불법 촬영한 혐의로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대한철인3종협회는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두둔했으며 영상 삭제를 지시하고 합의된 성관계로 서둘러 규정한 것으로 밝혀졌다. 아울러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윤리센터에 사건을 축소 보고한 정황도 드러나 논란은 더욱 증폭됐다.

체육시민연대, 문화연대, 스포츠인권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문화예술스포츠위원회 등 시민단체는 27일 국회 소통관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진보당 손솔 의원과 함께 '대한철인3종협회의 미성년 선수 성폭력 및 불법 촬영 의혹 은폐·축소'를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개최, 협회의 대처를 규탄했다.

철인3종 종목은 이미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5년 전인 2020년, 청소년 국가대표 출신 유망주 최숙현 선수는 소속 팀 감독과 운동처방사로부터 지속적 구타와 폭언에 시달렸다.


최숙현 선수는 이곳저곳에 여러 차례 도움을 요청했고 협회에 진정서까지 제출했지만, 제대로 된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최숙현 선수는 "엄마 미안해, 그 사람들 죄 밝혀줘"라는 글을 남기고 투신해 세상을 떠났다.

이후 대한철인3종협회는 분골쇄신을 약속했지만, 다시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고 협회는 이를 은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손솔 진보당 의원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한철인3종협회의 미성년 꿈나무 선수 성폭행 사건 은폐 및 축소 의혹 기자회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5.8.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시민단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건 해결을 위해 찾아온 협회 사무국장은 적극적으로 영상 삭제부터 지시했고, 합의된 성관계로 규정했으며, 그 내용을 대한체육회와 스포츠윤리센터에 축소 보고했다. 심지어 B선수 아버지에게 사과를 한 게 아니라, 오히려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사과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또 협회는 성급히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어 B선수에게 출전정지 3개월을 부과했다.

시민단체는 "협회는 가해자가 운동을 더 못하게 될 것을 걱정한 반면, 피해자에게는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느냐며 '2차 가해'를 저질렀다"면서 "협회가 황급히 결론을 내린 게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한편 대한철인3종협회는 27일 반박문을 내고 "영상을 삭제한 이유는 증거 인멸이나 은폐 목적이 아니라, 미성년자의 부적절한 여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했다.

이어 "현장 지도자들은 최초 상황 인지 후 가해자와 피해자를 즉시 분리 조치했다. 또한 B선수 아버지의 요청에 따라 직접 진술 대신 귀가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5년 전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업무 매뉴얼을 철저시 준수해 왔다. 그럼에도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내무 매뉴얼과 대응 절차를 재점검할 것"이라는 입장을 발표하며 수습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