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영화 '어쩔수가없다'(감독 박찬욱)가 한국 영화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한국 영화로서는 13년 만에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오른 '어쩔수가없다'가 현지에서 압도적인 호평을 받는 가운데, 6일 오후 7시(이하 현지 시각, 한국 시각 7일 오전 2시)부터 진행될 시상식의 결과에 이목이 쏠린다.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고 느낄 만큼 삶이 만족스러웠던 회사원 만수(이병헌 분)가 덜컥 해고된 후, 아내와 두 자식을 지키기 위해, 어렵게 장만한 집을 지켜내기 위해, 재취업을 향한 자신만의 전쟁을 준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는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 '복수는 나의 것'(2002) '올드보이'(2003) '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 '아가씨'(2016) '헤어질 결심'(2022) 등 명작을 연출한 '거장' 박찬욱 감독의 12번째 장편 영화다.

◇ 첫 공개 후 쏟아진 외신 호평…BBC "올해의 '기생충'"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29일 오후 9시 45분 진행된 베니스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공식 상영회에서 처음 공개됐다. 상영 후 1032석의 좌석을 채운 현지 관객들은 9분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열광했으며, 외신은 호평을 쏟아냈다.
영국 가디언은 "가족의 붕괴, 가장의 위기, 그리고 국가의 현주소를 그려낸 초상"이라고 전했다. 미국 버라이어티는 "박찬욱이 현존하는 가장 품위 있는 감독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자 매혹적인 블랙 코미디"라고 평했다. 또 영국 BBC는 "매우 재밌는 한국의 걸작, 올해의 '기생충'"이라며 "'올드보이' '아가씨'의 박찬욱 감독이 경제적 불안을 소재로 한 암울하면서도 유쾌한 코미디를 처음 선보였는데 이 영화는 국제적으로 큰 인기를 끌 가능성이 있다"고 호평했다.
미국 매체 인디와이어는 영화제에서 '어쩔수가없다'에 쏟아진 압도적인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이 매체는 지난달 31일 "제82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비평가와 관객 모두에게 만장일치 호평을 받은 독보적인 작품이 최소한 한 편은 나왔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어쩔수가없다'"라면서 "심사위원단은 의심의 여지 없이 '어쩔수가없다'에 어떤 상이든 줄 것이다, 그것이 황금사자상일지 감독상일지 남우주연상일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셋 중 하나일 가능성은 거의 확실하다"라고 보도했다.
실제 '어쩔수가없다'는 미국의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현재까지 이 영화에 대해 리뷰를 쓴 21명 평론가 전원이 호평을 내려 토마토 지수 100%를 유지하고 있다. 토마토 지수(Tomatometer)는 한 영화에 대해 공식적으로 등록된 평론가의 평가가 긍정적인지, 부정인지를 나눠 비율로 표시한다.

◇ 가장 유력한 경쟁작은 23분 기립 박수받은 '힌드의 목소리'
현지에서 영화제 기간 발행되는 데일리 평점에서도 '어쩔수가없다'는 압도적인 반응을 얻었다. 시아크 인 모스트라(CIAK in Mostra)가 지난 4일 공개한 별점 평가에서 '어쩔수가없다'는 3.7점을 받았다. 이는 공개된 별점 중 두 번째로 높은 점수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작품은 '힌드의 목소리'(감독 카우타르 벤 하니야)다. '힌드의 목소리'는 평점 4.1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 2024년 1월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공격으로 사망한 여섯 살 소녀 힌드 라잡과 그의 친척들, 그리고 그들을 구하려다 함께 목숨을 잃은 두 구급대원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는 공식 상영 이후 무려 23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이는 2006년 칸 영화제에서 영화 '판의 미로'가 받았던 22분의 기립 박수를 넘어선 기록이다.
가디언은 이 영화에 대해 "격렬하고 강렬한 작품이다", 타임스는 "베니스 영화제에서 가장 타협적이지 않고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영화가 나왔다, 그리고 실망은 없었다" 할리우드 리포터는 "뭐라고 더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기를 바란다"고 호평을 내렸다.
◇ 정지욱 평론가 "수상 가능성 꽤 높아 보여…전 세계인 공감 코드"
한국 영화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2012) 이후 13년 만에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공식 경쟁 부문에 진출했다. 한국 영화는 칸 못지않게 베니스와도 깊은 인연을 이어왔다. 경쟁 부문에서 지금까지 총 다섯 번의 수상 이력이 있다. 배우 고(故) 강수연이 영화 '씨받이'(1987)로 볼피컵(여우주연상)을 받았으며,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2002)로 은사자상(감독상), 이 영화의 여주인공이었던 문소리가 마르첼로 마스트로 얀니상(신인 배우상)을 받았다. 또 김기덕 감독이 '빈집'으로 2004년 은사자상(감독상)을, 2012년에는 '피에타'로 황금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정지욱 평론가는 5일 뉴스1에 "베니스 국제영화제는 센 영화, 세게 표현하는 영화들이 상을 받는 경향이 있다, 김기덕 감독도 그랬다, '어쩔수가없다'도 상당히 거친 표현의 작품이다, 수상 가능성이 꽤 높을 거라고 보고 있다"고 '어쩔수가없다'의 수상 가능성을 예측했다.
또한 "실직, 해고 등 전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코드가 있는 이야기와 함께 빚어지는 가족의 이야기, 가장의 이야기를 다룬다, 세계 영화인이 공통으로 공감할 수 있는 소재를 다루고 있다"며 "수상에 성공한다면 박찬욱 감독이 아직도 살아있다, 한국 영화의 힘이 다시 한번 세계 영화 산업에서 증명받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