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침체됐던 관광업계가 회복 조짐을 보이면서, 한국을 다시 찾은 관광객을 사로잡을 콘텐츠 강화와 확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지난해부터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며 호황을 맞은 카지노 산업이다. 이제는 카지노를 바라보는 낡은 시선을 거두고 국가의 핵심 관광 산업으로 키워야 할 때다.

최근 글로벌 카지노 업계의 대세는 호텔, 쇼핑, 공연, 미식을 결합한 복합리조트(Integrated Resort)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싱가포르 마리나 베이 샌즈가 대표적 사례다. 이들은 카지노를 넘어 관광, 고용 등 지역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서 다양한 산업에 일조한다. 카지노를 이용하지 않는 관광객도 유인하며 도시의 세수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있다.


이러한 추세에 맞춰 경쟁국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2030년 오사카에 첫 복합리조트를 개장할 예정이다. 태국은 관련 법안까지 바꿔가며 복합리조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방콕, 치앙마이, 푸껫 등 주요 관광지에 카지노를 포함한 엔터테인먼트 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에서도 복합리조트의 성공 가능성은 이미 입증됐다. 2017년 동북아 최초의 복합리조트로 개장한 파라다이스시티는 국내 카지노 업계 1위인 파라다이스그룹 내에서도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 기준 워커힐, 부산, 제주 등 기존 3개 지점의 신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0.9%에 그친 반면 파라다이스시티는 16.1% 성장하며 그룹 전체의 실적을 견인했다.

복합리조트의 위력은 후발주자의 약진에서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드림타워 카지노는 지난 7월, 전년 동월 대비 90.1% 증가한 434억4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단일 매장 기준 역대 최고 실적으로, 개장 5년 만에 1위로 올라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전문가들은 드림타워가 단기간에 고속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복합리조트 인프라를 꼽는다.


업계에서는 국내 카지노 산업을 '도박'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가두지 말고 복합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호텔, 엔터테인먼트, 아웃렛을 결합한 카지노 산업은 사방이 사막뿐인 네바다주 허허벌판을 세계 최고의 관광도시로 만들었다. 싱가포르 경제성장률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0.8%까지 추락했지만 이듬해 마리나 베이 샌즈를 오픈하자 14.5%로 뛰어올랐다.

한국은 이처럼 황금알을 낳는 관광산업인 카지노를 육성하기보다 규제와 단속, '사행산업'이라는 따가운 시선으로 발을 묶어두고 있다. 공공기관인 강원랜드와 그랜드코리아레저(GKL)는 여전히 매출총량제, 출입 일수 및 영업시간 제한 등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에 갇혀있다.

중국인 무비자 정책 시행과 '케이팝데몬헌터스'의 세계적인 흥행으로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을 찾고 있다. 절호의 기회를 살려 관광산업을 부흥시키려면 여행업계 전반에서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과 과감한 규제 완화가 이뤄져야 한다. 카지노를 사행산업이 아닌 '복합 관광'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대한민국 관광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핵심 열쇠다.
황정원 산업2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