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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속인이 정해준 귀인과 잠자리했다는 여성이 뒤늦게 사기를 당한 것 같다며 도움을 청했다.
지난 9일 JTBC '사건반장'은 무속인 말만 믿고 모르는 남성과 성관계했다는 여성 A씨의 사연을 전했다. A씨에 따르면 그는 얼마 전 일면식도 없는 무속인으로부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신내림을 받은 지 석 달 됐다는 무속인은 A씨에게 "96번째 고객이다. 생년월일만 보내주면 재능 기부로 간단한 점사를 봐주겠다. 신령님 말씀대로 보내드리는 거라, 직설적인 표현이 있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A씨는 무속인이 의심됐지만, 때마침 그의 모친이 병환으로 입원하는 등 좋지 않은 일이 여럿 겹쳐 따져볼 겨를이 없었다. 무속인은 "A씨는 지금 귀인복이 있다. 재물운, 애정운, 문서운이 다 들어와 있고 건강운까지 들어와 있다"며 곧 A씨가 운영하는 가게에 손님이 차고 넘쳐 분점까지 낼 수 있을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복을 얻으려면) 귀인을 만나야 한다. 귀인과 잠자리를 통해 기운을 받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얼굴을 크게 다쳐 석 달 동안 병원에서 지낼 수 있고, 어머니로 인해 5개월 안에 상복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국 A씨는 무속인의 말을 따라 귀인이라는 40대 남성과 잠자리를 가졌다. 이에 무속인은 "귀인이 당신을 좋은 친구라고 했다. 그래서 좋은 기회를 주고자 한다"며 A씨에게 돈을 불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무속인은 자신에게 한 달간 돈을 맡겨두면 돈의 가치가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한 달 최대 500만원만 맡길 수 있고, 돈이 없으면 대출을 해서라도 돈을 가져오라고 했다. 이후에도 무속인은 "A씨 어머니를 살려야 한다"며 제사 비용으로 총 4260만원을 가져갔다.
뒤늦게 이상함을 감지한 A씨는 무속인에게 돈을 돌려달라고 요청했다. 무속인은 자신이 정한 시간과 장소에만 돈을 돌려주겠다고 하더니, 문자메시지로 한 상가 주소를 보내고 "(상가 앞에 놓인) 타이어 안에 검정 봉지가 있다. 그 안에 500만원이 있다"고 밝혔다.
A씨는 재빨리 상가로 달려가 돈을 회수했다. 그런데 그때, 귀인이라고 했던 남성이 탄 차가 상가 옆을 지나갔고, A씨는 그제야 무속인이 귀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상가 앞에 설치된 CCTV에도 귀인이 타이어 안에 500만원을 넣고 사진 찍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A씨는 "무속인의 SNS 프로필 사진이 여자였고, 저한테 계속 '언니'라고 해서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다. 1인 2역이라는 걸 늦게 알았다"고 토로했다. A씨는 자신 외에도 무속인에게 당한 사기 피해자가 더 있다고 했다. 자신과 똑같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는 SNS 글을 보고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에선 "울산 등 타지역에서도 같은 내용의 피해 신고가 접수돼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현재 귀인의 신원은 파악했지만, 아직 무속인의 동일 인물 여부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