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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나이가 100세를 앞두고 있다 보니 처음 입소할 적엔 고민이 많았어요. 하지만 나만의 삶을 즐길 수 있는 이곳에서 제 또래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몸과 마음이 젊어지는 느낌을 받곤 하죠. 제 인생의 2막이 펼쳐진 순간 같아요."
지난 11일 서울 은평구에 위치한 은평빌리지에서 만난 98세 최고령자 김순구씨(가명·남)의 말이다. KB라이프생명 자회사인 KB골든라이프케어 은평빌리지는 프리미엄 요양시설로 '인생 2막'을 꿈꾸는 시니어 고객 개인마다 다른 건강상태를 고려해 맞춤형 케어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입소자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눈길을 끈다. 크게 인지기능과 신체능력을 강화하는 사회복지 프로그램과 전기·통증치료 등 재활 프로그램 이 두 가지다.
이날 오전 시설 지하 1층 프로그램실에선 트로트 장단에 맞춰 소고 등 여러 도구를 두드리는 리듬감 기르기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입소자들은 요양보호사와 함께 웃고 떠들며 찰나의 젊음을 만끽했다. 통상 한 프로그램당 40분 정도 소요된다. 한 입소자는 신나게 노래를 부르던 중 상기된 얼굴로 기자에게 "젊은 총각, 사진 예쁘게 찍어 달라"며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시설 내 최고령자 왕형님의 며느리는 "안정적인 노후가 중요해진 요즘 입소자들의 복지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며 "덕분에 요양등급을 갖고 계신 아버님께서 처음 입소할 때보다 상태가 더 호전된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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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 내에선 사물인터넷(IoT) 기반 스마트 케어 시스템을 구축해 어르신들의 건강 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거동이 불편한 입소자를 배려해 바둑대결을 펼치는 로봇 등 AI(인공지능) 기반 편의시설도 갖췄다.
요양시설 근무경력 20년이 넘는 심연자 시설장은 "내년 초에는 입소자 수면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케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센서를 각 방 침대마다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며 "기존 요양시설이 주는 답답함·외로움이라는 틀을 깨고 시니어 세대가 만족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1층 로비를 지나 들어선 주거공간은 마치 '셰어하우스'를 연상케 했다. 일반적인 요양원처럼 복도형식이 아닌 드넓은 공용거실을 중심으로 각 입소자의 거주공간(1인실·2인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다. 가족과 떨어져 있는 노년기인 점을 고려해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동시에 편안한 휴식을 보장했다.
심 시설장은 "보통 요양원에 입소한다고 하면 현대판 고려장을 떠올리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며 "집처럼 편안한 안정감을 주기 위해 거주공간 역시 호실이라는 명칭 대신 '사랑채' '나눔채' '희망채' 등으로 부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용거실에는 입소자 1.8명당 1명꼴로 요양보호사가 상시 거주 중이다. 거주공간 내 침대와 개인 화장실에는 동작감지센서가 달려 있어 위급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조치가 가능하다.
개인 밥솥도 거실마다 마련돼 식사 때가 되면 밥 짓는 고소한 냄새가 진동한다. 본인 입맛에 따라 진밥, 된밥, 잡곡밥 등 취사선택 역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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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은평빌리지에 입소한 80대 임씨는 "공용거실에서 식사를 할때 클래식 음악을 틀어주니까 마치 호텔 식당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방에서 쉬다가 거실로 나오면 요양보호사와 주변 또래가 항상 머무르고 있어 심심할 틈이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5월 문을 연 은평빌리지는 현재 누적 입주 상담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 세대가 점차 늘어나며 국내 주요 보험사는 이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프리미엄'을 강조하고 있다.
은평빌리지는 KB골든라이프케어가 위례, 서초에 이어 세 번째로 개소한 요양시설로 서울 강북권에서는 최초로 문을 연 프리미엄 요양시설이다. 정원 144명(1인실 56곳, 2인실 44곳)을 수용할 수 있으며 시설장을 비롯해 간호사 9명, 사회복지사 4명, 재활치료사 4명, 요양보호사 65명 등 총 103명의 전문 인력이 시설에 머무르고 있다. 시설 거주 비용은 매달 기준 1인실 320만원, 2인실 250만원이다.
보험사들이 운영하는 시니어 케어 시설은 주로 ▲실버타운 ▲요양원 ▲데이케어센터 등으로 분류된다. 특히 KB골든라이프케어는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인 'KB리브모바일'과 KB국민카드의 'KB골든라이프 올림카드' 등 시니어 맞춤형 상품 및 혜택과 결합해 금융그룹 계열사 간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구매력을 지닌 이들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아 입지를 다지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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