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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운영은 결코 근시안적이어선 안된다. 영원한 강팀이 없듯 영원한 작은 클럽도 없다.
두이스부르크 역시 현재는 4부리그에서 갓 3부로 재승격했지만 목표가 3부리그 잔류는 아니다. 올시즌 개막 후 5연승으로 선두를 달리며 좋은 출발을 한 만큼 2부리그로의 승격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2부리그로 승격하는 것이 구단의 최대 목표는 아니다. 경쟁력은 물론 재정도 건전하게 키워 언젠가는 1부리그로 재승격하는 것이 목표다. 물론 언젠가는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상상도 하고 있다.
미래에도 존재할 안정적인 팀
구단 차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단순히 현재의 성적이 아니다. 10년 후, 20년 후 혹은 50년이나 100년 후에도 팀이 유지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구단은 스폰서 유치 못지 않게 팬 유치에도 공을 들인다. 팬 유치는 단순히 현재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독일에서 축구는 부모세대가 응원하던 팀이 자식세대로 이어지는 멀티제너레이션 스포츠로 인식된다.따라서 모든 클럽들은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기자가 구단을 찾은 날도 인근 초등학교와 연계해 구단 투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교사와 학생들은 경기장 외부와 내부 곳곳을 둘러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특히 기자회견장에서는 경기 후 감독과 선수들이 앉아 이야기하는 곳에 직접 앉아보면서 즐거워 하기도 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니콜(14)은 "아빠가 두이스부르크 팬이라 자연스럽게 나도 좋아하고 경기도 자주 보러 온다"며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처음으로 그라운드를 밟아봤고 선수들이 쓰는 라커룸에도 들어가 봤는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구단에게 있어 지금 당장의 팬들이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1902년 창단한 두이스부르크가 지금까지 남아있는 것은 구단 차원에서 다음 세대를 위한 팬 서비스에도 충실했던 결과다. 크리스티안 코케 총괄은 "볼키즈 같은 일회성 이벤트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팀에 익숙해지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지역 학교들과 연계해 현장 학습을 구단과 함께 하도록 하는 부분에도 신경쓰고 있다"며 "규모를 점차 확대해서 학생들이 참여하는 행사에 몇몇 선수들이 잠깐이라도 얼굴을 보여주는 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래를 위한 피할 수 없는 투자 '유스팀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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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뿐만 아니라 유럽 축구 클럽들이 공통으로 지향하는 과제 중 하나는 성공적인 유스팀 운영이다. 두이스부르크도 마찬가지다.
코케 총괄은 "작은 클럽 입장에서 많은 자금이 필요한 유스팀 운영은 사실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19세 이하 팀은 사실상 성인 선수들과 동일하게 몇몇 선수들은 계약서가 존재하고 당연히 급여도 지급해야 한다. 코케 총괄은 "그럼에도 유스팀에 신경을 쓰는 것은 이들 중 빅클럽으로 이적하는 선수가 나올 경우 구단으로선 재정적으로 상상할 수 없는 큰 이적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할 경우 구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두이스부르크는 자체적으로 10세 이하 팀부터 운영하고 있다. 통상적으로 독일 클럽들이 19세 이하(A유스)팀, 17세 이하 (B유스)팀, 15세 이하(C유스)팀, 13세 이하(D유스)팀 등으로 운영하는 것과 달리 두이스부르크는 10세 이하부터 17세이하 팀까지 한살 단위로 운영한다. 이후 18세 이하를 건너뛰고 19세 이하 팀을 운영하고 있다.
코케 담당관은 "5~6세부터 축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지만 두이스부르크는 10세 이하 팀부터 운영하고 있다"며 "그 이전 연령대는 또 다른 지역 클럽들이 독자적으로 운영한다"고 밝혔다. 이어 "두이스부르크 산하 유스 A팀과 B팀이 모두 상위리그에서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 중 좋은 선수들이 많이 배출되길 바란다"는 소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전면적 승강제를 앞둔 한국 축구, 과제는?
대한축구협회는 지난해 한국프로축구연맹과의 합의를 통해 2027년부터 1부리그에서 7부리그까지 전면 승강제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현재 국내리그는 1·2부(프로),와 3·4부(세미프로) 그리고 5·6·7부(아마추어) 사이에서만 부분적으로 승강제를 실시하고 있다. 2부리그 최하위 팀이나 4부리그 최하위 팀은 이듬 시즌 3부나 5부리그로 떨어지 않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2007년부터 전면 승강제가 실시되면 이론상 7부리그 팀이 6년 후 1부리그까지 오를 수 있게 된다.
상하위 리그를 아우르는 전면적 승강제는 한국 축구의 오랜 숙원이다.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이라는 두가지 큰 체제로 이루어진 상황에서 기업구단이 강등될 경우 구단 운영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시민구단 역시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 탓에 기업구단보다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워 우승보다 잔류에 목표를 두는 경우가 많다.
물론 국내 사정과 독일 축구는 판 자체가 다른 만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다. 독일 클럽들의 성공 모델을 직접 차용하는 것이 정답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축구를 진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아가 현세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장기적인 관점에서 축구를 산업으로 확대해야 한다. 구단 비즈니스 역시 장기적이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중소 클럽으로선 자신들만이 가진 스토리를 접목해야 하는 부분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