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금융산업 노동자들이 '주 4.5일제' 도입에 총파업 카드를 꺼냈다. 2002년 주 5일제를 도입한 금융권이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줄여 저출생과 지방 소멸 등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8월18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진행한 서명운동에 총 1만4005명이 주 4.5일제 도입 지지를 선언했다고 밝혔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시간 단축이 저출생 극복과 일·가정 양립의 핵심 해법임을 확인했다"며 "주4.5일제는 단순히 노동시간을 줄이는 제도가 아니라 모든 노동자에게 회복과 재충전의 시간을 보장하고, 특히 여성 노동자들에게는 경력 단절을 막고 자기개발과 휴식을 가능하게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올해 산별중앙교섭에서 반드시 이 과제를 쟁취할 것"이라며 "사용자가 시대의 요구를 받아들여 결단한다면 주4.5일제는 곧 대한민국의 새로운 표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희 여성위원장은 "이번 서명은 단순한 참여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과 저출생 위기를 바꾸자는 절박한 외침"이라며 "노동시간 단축은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해법이 필요한 구조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노동시간이 가장 길고 산재 사망률 또한 최고 수준"이라며 "특히 육아와 돌봄의 부담이 여성에게 전가되면서 자녀가 있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경력 단절 위험이 2.5배 높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정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은 국민 앞에 약속한 과제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목소리를 모았다.

금융노조는 지난 3월 산별중앙교섭 요구안으로 주4.5일제 전면 도입, 임금 5% 인상, 정년 연장, 신규 채용 확대 등을 제시했다. 사측은 주4.5일제 도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2.4%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교섭이 결렬됐다.


금융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으나 두 차례 조정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해 조정중지가 결정됐다. 이후 금융노조는 이달 1일 전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 94.98%의 찬성률로 총파업을 확정했다. 이번 총파업이 단행되면 지난 2022년 이후 3년 만에 은행의 문이 닫힌다.

일각에선 '연봉 1억원' 은행원들이 급여는 늘리고 근로시간을 단축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은행원이 근무시간을 줄이면 고객의 금융 서비스 접근성이 저해될 수 있다는 우려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 임직원이 올해 상반기 수령한 평균 급여액은 635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상반기(6050만원) 대비 4.96%(300만원) 증가한 액수다. 월급 1000만원 수준을 넘어 연봉으로 단순 환산하면 1억3000만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월~목요일까지 영업시간을 현행 오전 9시~오후 4시가 아니라 오전 9시30분~오후 4시 30분으로 하고, 금요일에 주 4.5일제를 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월~목요일에 문 닫는 시간을 늦추면 그 때 이용이 증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