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기업의 역량을 앞세워 한미 공급망 협력 핵심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얼마전 한미 정상회담에 동행해 전략 광물 대미 수출을 강화한 것은 물론 한미 공급망 협력의 중심축으로 존재감을 높였다.
고려아연은 다음 달부터 전략 광물인 안티모니 50톤을 미국에 수출한다. 울산 온산제련소 제련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중 안티모니를 회수해 국내 화학 제조사에 공급하면 해당 기업이 삼산화 안티모니로 재가공해 미국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안티모니는 여러 군수·방위산업 분야에서 필수적인 소재로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글로벌 안티모니 시장을 독점하는 중국이 지난해 12월 미국 수출을 막으면서 공급망이 불안전해졌다.
고려아연은 글로벌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도 게르마늄 공급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게르마늄 역시 방산과 우주 산업에 활용되는 중요 금속이다. 안티모니와 같은 시기에 중국이 대미 수출을 금지하면서 미국의 고민이 깊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동아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6월까지 해외로 유출된 국가핵심기술은 33건, 산업기술은 105건에 달했다. 피해 추산액은 23조 2700억 원에 이른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등 대한민국의 성장과 미래를 이끌 핵심 기술이 지속적으로 해외로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속에 홈플러스, 롯데카드 등에서 경영실력을 보여준 MBK는 '국가 핵심 광물 기업' 고려아연에 대한 M&A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인데 정부 등의 제재와 견제는 없다. 고려아연은 안티모니와 게르마늄뿐 아니라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하이니켈 전구체 기술을 비롯해 고순도 아연 제련 기술(헤마타이트 공법) 등 다수의 국가핵심기술 및 전략 기술을 보유한 국가 기간산업의 핵심이다.
전문가들도 MBK 같은 외국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큰 사모펀드가 국내 기간산업 관련 기업을 인수할 경우 교묘한 방식을 통해 국가핵심기술이 해외로 유출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MBK는 중국투자공사(CIC)를 비롯한 해외자본이 주요 출자자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우려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확보하게 되면 단기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장기적인 기술 투자나 공급망 안정을 위한 노력이 위축될 것은 명약관화다. 국내 유일의 전략광물 생산기지로서 고려아연이 가진 경제 안보적 역할이 크게 약화될 것이고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는 '탈중국 공급망' 형성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MBK의 적대적 행위를 막을 수 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 미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이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 등을 통해 국가 기간산업과 핵심기술 보호를 위한 장치를 강화하는 것과 대비된다.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가 내놓은 산업기술보호법 개정안에도 이러한 우회적 지배 형태에 대한 규제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에 입지를 공고히 다지고 있는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 시도는 단순히 민간 기업 간의 분쟁을 넘어 국가 기간산업과 기술 보호라는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져야 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사모펀드의 적대적 M&A로부터 국가핵심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MBK가 멀쩡한 회사를 망가트리는 것을 넘어 국가핵심기술을 통째로 팔아 버릴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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