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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 10월2일 만화가 찰스 슐츠가 '피너츠' 연재를 시작했다. 네 칸짜리 작은 만화였지만 찰리 브라운과 그의 반려견 스누피가 처음 등장한 그날은 세계 만화사의 흐름을 바꾼 순간으로 기록된다.
슐츠가 피너츠를 내놓기까지의 과정은 쉽지 않았다. 교외 인쇄소에서 글씨를 쓰며 생계를 이어가던 그는 일상에서 건져낸 소소한 에피소드와 철학적 유머를 그림으로 옮겼다. 이후 여러 차례 잡지사에서 거절당한 끝에 미국의 한 배급사를 통해 신문 연재가 성사됐다.
슐츠는 어린 시절 길렀던 비글 강아지 '스파이크'에게서 영감을 얻어 스누피를 탄생시켰다. 당초 큰 비중이 없는 캐릭터라 이름은 대충 '스니피'로 지으려 했으나 다른 신문의 연재만화에 '스니피'라는 개가 존재함을 알고 스누피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평범한 아이, 특별한 강아지… 75년째 이어지는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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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연재부터 반응은 뜨거웠다. 찰리 브라운의 어설픈 모습, 루시의 장난기, 라이너스의 담요 그리고 상상력이 넘치는 강아지 스누피가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누구나 겪는 학교, 숙제, 야구 경기 같은 일상 이야기를 담았지만 캐릭터마다 뚜렷한 개성이 살아 있었다.
특히 스누피는 만화 속 강아지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비글로 성장했다. 단순히 귀여운 강아지가 아닌 삶의 소소한 고민과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에 독자들은 푹 빠져들었다.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아이들의 친구이자 어른들의 위로가 된 스누피는 1969년 미국의 달 탐사 과정에서 달 착륙선 별칭으로 쓰이면서 나사의 비공식 마스코트로까지 자리 잡았다. 만화 캐릭터가 우주 탐사의 상징이 된 사례는 스누피가 처음이었다.
2000년 슐츠가 세상을 떠나며 연재는 마무리됐지만 피너츠는 여전히 독자들의 가슴 속에 살아 있다. 기존 연재분은 지금도 세계 수백 개 신문에 실리고 있으며 단일 작가가 만든 만화로는 가장 많은 신문 게재 기록을 보유했다. 연재 65년 만인 2015년에는 3D 애니메이션 영화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세대에게 웃음을 전하기도 했다.
반세기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스누피와 찰리 브라운의 우정은 여전히 세대를 초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피너츠는 단순한 네 칸 만화를 넘어선 문화현상으로 남았다. 평범한 아이들과 특별한 강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지금도 따뜻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