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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어 1410원대까지 치솟으며 산업계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조선업에는 매출 확대 기회가 되지만 철강업에는 원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오후 4시40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1402.10원에 거래됐다. 지난 26일에는 장중 1412.4원까지 오르며 4개월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조선업계는 강달러 국면에서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꼽힌다. HD현대, 한화오션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은 매출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달러로 벌어들인다. 선박 건조 대금을 달러로 받는 구조 덕분에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 기준 매출이 증가한다.
조선업계가 강달러에 강한 배경에는 원자재 국산화율이 높다는 점도 있다. LNG선,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확대되면서 달러 매출은 늘어나고 비용은 원화로 관리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철강업계는 고환율 국면에서 원가 부담 확대가 불가피하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철광석과 석탄 등 주요 원자재를 달러로 수입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단가가 올라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업계에선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수백억원의 추가 원가 부담이 발생한다고 추산한다. 대형 철강사들은 수출로 일정 부분 방어가 가능하지만 수출 비중이 낮은 중소형 철강사는 충격이 크다.
포스코 관계자는 "환율 변동은 단기적으로 매출과 원가에 영향을 주지만 장기적으로는 판매가 조정 등을 통해 직접적인 손익 변동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과 철강업 모두 환율 리스크 관리가 과제라고 강조한다. 조선업은 외화 부채 노출을 줄이고 금융 전략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본다. 철강업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확대해 비용을 상쇄할 필요가 제언했다.
민동준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철강업은 철광석, 고철, 에너지 등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경기 부진으로 수출 물량이 줄면 환율 상승을 수출로 상쇄하기 어려워 적자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 교수는 또 "포스코처럼 수출 비중이 큰 대기업은 영향이 덜하지만 내수 기반 철강사나 전력 사용 비중이 큰 전기로 제강사(순수한 강철을 생산하는 회사)는 타격이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