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적대적 M&A 분쟁 속에서도 '38년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한 고려아연의 노사관계가 주목받는다. 사진은 글로벌 비철금속 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향배를 가늠할 임시 주주총회가 서울 용산구 소월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진행된 가운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임한별(머니S)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적대적 M&A 분쟁 속에서도 '38년 무분규'로 임금·단체협상을 마무리한 고려아연의 노사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고려아연 노조는 MBK와 영풍의 공세를 명백한 적대적 M&A로 규정하고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꾸준히 밝혀왔다. 최근 온산제련소를 찾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38년 무분규' 타결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신뢰와 협력을 넘어 상생의 노사문화를 만들어 나가자고 화답했다.

이 같은 끈끈한 노사관계의 배경에는 성과를 노사가 함께 공유하는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최고 수준의 평균 연봉이 이를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반면 분쟁의 다른 당사자인 영풍은 실적 부진 속에서 직원 처우가 고려아연보다 크게 뒤처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고려아연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1000만원을 넘어선 반면 영풍은 6000만원대에 그치며 두배 가까운 격차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고려아연의 직원 평균 급여액은 1억1100만원으로 2023년 1억248만원 대비 8.3%(852만 원) 증가했다. 반면 영풍의 직원 평균 급여액은 2023년 6164만원에서 지난해 6140만원으로 0.4%(24만원) 줄었다.

고려아연과 영풍의 연봉 격차는 3세 경영 체제 이후 매년 확대되는 추세다. 2021년 직원 평균 연봉은 고려아연 8596만원, 영풍 5732만원으로 2864만원 차이였으나 2022년에는 3819만원(고려아연 9500만원, 영풍 5681만원), 2023년에는 4084만원(고려아연 1억248만원, 영풍 6164만원)으로 벌어졌다. 지난해에는 두 회사의 격차가 5000만원 수준으로 더 커졌다.

격차는 앞으로 더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사상 최대 매출과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반면 영풍은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아연은 지난 16일 임단협을 마무리하며 '38년 연속 무분규 사업장' 기록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고려아연은 상반기 최고 실적 달성에 대한 보상으로 기본급을 11만 8,000원(승급분 포함) 인상하고, 1,100만 원 규모의 성과급과 노사화합 격려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연간 실적에 따라 최대 400%의 추가 성과급도 지급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도 고려아연의 직원 연봉 수준은 최상위권으로 꼽힌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금속·철강 상장사 50곳의 평균 연봉 조사에서 고려아연은 포스코홀딩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직원 연봉이 1억원을 넘은 기업은 고려아연을 비롯해 포스코홀딩스, 한국철강, 포스코스틸리온 등 4곳뿐이었다.

업계 상위 수준의 보상이 조직 안정화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발간한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퇴직자 수는 86명으로, 2023년 125명 대비 31% 줄었다. 이직률도 전년 6.6%에서 2.2%포인트 하락한 4.4%로 집계됐다.

연봉 격차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익성과 경영 능력의 차이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2조529억원, 영업이익 73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2023년 9조6743억원 대비 24.5%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전년 6602억원 대비 11.5% 늘었다. 이는 금·은 등 귀금속과 안티모니·인듐 등 전략광물 판매 호조, 그리고 생산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뒷받침한 결과로 풀이된다.

반면 영풍은 2024년 연결 기준 매출 2조7857억원으로, 2023년 3조7617억원 대비 26% 줄었다. 영업손실은 1621억원으로 전년(-1698억원)에 이어 2년 연속 적자가 이어졌다. 각종 환경 문제로 석포제련소 가동률이 하락한 데다 장형진 고문의 장남 장세준 부회장이 이끄는 코리아써키트 등 계열사 성과도 부진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영풍의 실적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석포제련소가 폐수 유출로 인한 물환경보전법 위반으로 지난 2~4월 58일 동안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고 오는 11월에도 오염토양 정화명령 불이행으로 10일 동안 조업정지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지난 상반기(1~6월) 석포제련소의 평균 가동률은 34.9%로, 전년 동기 58.4% 대비 23.5%포인트 급락했다. 2020년 상반기 84.2%와 비교하면 49.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